2400만원짜리 롤렉스 '4400만원'…폭주하는 일본 중고명품, 왜?

머니투데이 민수정 기자 2024.02.1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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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버킨 가방의 사진. 기사와 관련 없음./사진=뉴스1에르메스 버킨 가방의 사진. 기사와 관련 없음./사진=뉴스1


5년 전 1800만원이던 에르메스 버킨백이 시중에서 3200만원에 일본에서 중고로 거래되고 있다.

13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버킨백'은 현재 중고 물품 유통사 고메효홀딩스에서 약 360만엔(약 32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2019년 약 200만엔(약 1800만원)에 거래되던 수준과 비교하면 1.8배, 정가 대비 3배에 달한다.

오프라인 중고 매장에도 신제품 가격의 2배가 넘는 중고 버킨백이 수두룩하다. 일부 품목은 1000만엔(약 8900만원)까지 올랐다.



명품 시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 롤렉스의 인기 모델 '데이토나'는 지난 2020년 270만엔(약 2400만원)이었지만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이 심했던 2022년 2월엔 600만엔(약 5300만원)까지 올랐다. 데이토나의 가격은 지난 1월엔 한화 약 4400만원으로 이전보단 다소 낮아졌지만 그래도 정가의 2배 이상이다.

중고품 가격이 상승한 원인은 유통량이 줄어서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장이 가동을 멈추며 공급이 감소했다.



고메효홀딩스 관계자는 "수년에 한 번 주기였던 가격 조정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1년에 여러 차례가 되면서 가격을 올리기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1980년부터 2015년까지 버킨백의 중고시장 판매 자산가치는 연평균 14.2% 올랐다. 같은 기간 금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각각 2%, 9%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훨씬 경쟁력 있는 재테크 수단이다. 롤렉스 등 시계도 지난 2018년부터 5년간 자산가치가 연평균 20% 상승했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명품 브랜드 제품들이 부유층의 투자 대상이 됐다. 프랑스 브랜드 샤넬의 '마트라세'도 가격이 안정적인 제품 중 하나이다. 고메효 관계자는 "가지고 있어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명품을 골라 사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엔저 현상도 수요와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스페인에서 온 관광객은 "일본 중고 상품은 저렴할 뿐만 아니라 가품도 적어 신뢰할 수 있다. 중고 명품을 사기엔 일본이 좋다"고 만족스럽게 답했다.

유통사 고메효홀딩스의 면세품 판매고 중 중고 명품 비율은 지난해 12월 15.2%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전보다 늘어난 수치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도 거래가 급격히 늘고 있다. 환경성에 따르면 시장 규모는 지난 2012년 대비 2021년 약 3조원으로 33%가량 성장했다. 앱을 통한 구매액은 2021년 1247억엔(약 1조 1000원)으로 2015년 대비 6배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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