퀭할수록 마음이 더 가는 최우식의 얼굴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4.02.1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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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ㅇ난감'서 한국형 다크히어로 열연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살인자ㅇ난감' 속 최우식의 얼굴은 퀭하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도중 진상에게 시달릴 때,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뒤 오만가지 상상이 오갈 때,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악인을 처단하지만 이로 인한 죄책감과 회의감이 온몸을 휘감을 때 모두 화면 속 최우식의 얼굴은 퀭한 모습이다. 그렇다고 다 같은 얼굴로 느껴지지 않는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그의 퀭한 얼굴은 다르게 다가온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살인자ㅇ난감'은 우연히 살인을 시작하게 된 평범한 남자 이탕(최우식)과 그를 지독하게 쫓는 형사 장난감(손석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최우식은 우발적인 살인 이후 인생이 달라진 평범한 대학생 이탕 역을 맡았다.



영화 '기생충', '사냥의 시간', '경관의 피' 드라마 '그해 우리는' 등을 통해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한 최우식은 '살인자ㅇ난감'을 통해 오랜만에 복귀했다. 2023년에는 '서진이네'와 이로부터 파생된 예능에서만 주로 볼 수 있었던 최우식은 나름의 공백기를 가진 복귀작에서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연기력으로 작품을 이끌어간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초반부터 이탕과 난감의 시점이 교차하는 원작과 달리 드라마는 이탕의 시점을 중심으로 극초반을 전개한다. 바꿔 말한다면 최우식의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최우식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살인자ㅇ난감'을 끝까지 볼지, 혹은 중간에서 포기할지 결정하게 만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최우식의 연기는 시청자들을 끝까지 붙잡아 놓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중심에는 상황이 진행될수록 계속해서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최우식의 퀭한 얼굴이 있다.

걱정과 핀잔 사이를 오가는 가족들의 잔소리에 지쳐 워킹 홀리데이를 고민하고, 커뮤니티에 올라올 법한 편의점 진상에 시달리는 이탕의 퀭한 얼굴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대학생의 모습이다. 그러나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뒤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악몽을 꾸고 깨어나는 이탕의 얼굴에서는 불안함과 초조함이 느껴진다. 자신의 능력을 알게 된 뒤 폭주하는 이탕의 얼굴 속 다크서클은 내면에 감춰져 있던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최우식은 퀭한 얼굴이라는 큰 틀 안에서 섬세한 변화와 깊은 내면을 다채롭게 구성하며 계속해서 작품을 봐야 할 이유를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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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최우식의 얼굴에는 작품의 주제 의식까지도 담겨 있다. 웹툰이 드라마로 넘어오며 주제의식이 탁해지고 캐릭터가 변질됐다는 비판도 있지만, '살인자ㅇ난감'은 웹툰과 드라마 모두 본질적으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자신이 죽인 사람이 알고 보니 악인이었던 이탕, 단죄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야한다는 장난감 사이에서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극단적으로 폭주하는 송촌의 사례를 통해 두 인물, 나아가 시청자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이탕은 자신의 능력을 바탕으로 '죽어 마땅한 놈은 죽어야 한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너무나 명확한 능력 탓에 그에 취하기도 한다. 드라마화되는 과정에서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신이 아니라 이에 대한 의심과 죄책감을 가지는 캐릭터로 변화했다. 세 인물을 통해 이야기하려 했던 주제 의식이 오롯이 이탕 한 명에게만 집중된 셈이기도 하다. 조금은 버거워 보일 수도 있지만 최우식은 계속해서 퀭해져 가는 얼굴을 통해 이탕이 이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음을 납득시켜 간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최우식은 '기생충'의 기우, '그래 우리는'의 최웅 등을 통해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들을 연기해 왔다. 그러나 '이탕의 판타지, 난감의 추리극, 송촌의 누아르가 부딪히며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이창희 감독의 말처럼 '살인자ㅇ난감'에서는 초능력을 가지고 극적인 상황을 계속 마주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평범한 대학생에서 시작해 다크 히어로로 끝나는 넓은 스펙트럼이지만, 그럼에도 최우식의 연기는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계속해서 시청자들을 납득시킨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퀭한 얼굴이 있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면서도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최우식의 퀭한 얼굴은 어찌 보면 이탕이라는 캐릭터를 넘어 연기 자체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과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퀭해질수록 연기력이 도드라지는 최우식의 모습은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얼굴을 보여줄까 궁금증을 가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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