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채 팔면 200만원 줄게요"…인근 중개업소들에 전화 돌린 아파트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24.02.1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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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완판' 자신 있다더니…'5억원 원룸' 광명 아파트 '다단계 마케팅' 등장

"아파트 계약 1건당 200만원을 드립니다".

침실이 하나 뿐인 소형 아파트 분양가가 4억~5원억원대로 책정돼 논란이 일었던 경기도 광명시 아파트에 'MGM 마케팅'이 등장했다. 높은 분양가 탓에 일부 주택형이 미달됐고, 판매가 여의치 않자 분양업체가 꺼낸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13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광명5구역을 재개발한 '광명자이힐스테이트SKVIEW'(GS건설 (19,210원 ▲1,640 +9.33%)·현대건설 (32,950원 ▲800 +2.49%)·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 시공) 분양 대행사는 광명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들에게 이 아파트 계약을 알선할 때마다 1건당 200만원의 'MGM'을 지급하겠다고 최근 안내했다. 아직 완판에 성공하지 못한 전용면적 34㎡A와 39㎡A 주택형이 MGM 지급 대상이다.



MGM은 '멤버스 겟 멤버스(Members Get Members)'의 약자다. 고객이 다른 고객을 끌어 온다는 뜻으로 기존 고객(부동산 중개업소)이 다른 고객에게 상품을 권유해 판매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이른바 '다단계식' 마케팅 방법이다. 미분양 물량이 우려되는 상황에 나오는 파격적인 마케팅 방식이다.

분양 측은 추천받은 고객이 계약하고 1차 계약금을 입금한 뒤, 추천 부동산 제출서류가 확인되면 지급시기 내 일괄지급하겠다고 안내했다. 앞서 '광명자이힐스테이트SKVIEW'는 지난달 1순위 청약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평균 경쟁률은 3.85대1에 그쳤고 총 12개 주택형 중 8개 주택형이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광명자이힐스테이트SKVIEW' 전용면적 34㎡ 평면도/자료제공=GS건설광명자이힐스테이트SKVIEW' 전용면적 34㎡ 평면도/자료제공=GS건설


높은 분양가가 발목을 잡았다. 3.3㎡당 평균 3270만원대 분양가가 책정됐다. 완판에 실패한 전용면적 34㎡A와 39㎡A 주택형은 모두 '원룸형'이지만 분양가가 각각 최고 4억4300만원, 5억3100만원에 달한다. 전용84㎡ 최고 분양가는 12억3500만원대였다.



조합은 청약홈을 통한 무순위 접수에 나서는 대신, 잔여 세대에 대한 동·호수 지정 선착순 계약을 지난달 말부터 받기 시작했다. 비규제지역인 경우 사업주체가 접수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선착순 계약 열흘 만에 전용 51㎡ 이상 주택형 물량이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소형평수인 34㎡, 39㎡ 물량은 여전히 남아 있어 조합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조합 측은 최근 조합원들에게 "분양가를 조금만 더 낮게 책정했더라면 벌써 완판돼 기분은 좋을 수 있었겠지만 사업성이 낮은 우리 구역에서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며 "입주자 모집공고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만 완판하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시공사와 계약했기 때문에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다"고 안내했다.

한편 건설업계에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서 건설사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계약금 원금보장과 중도금 무이자, 환매 조건부 분양 등 이례적인 조건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번에 광명에서 등장한 MGM 지급도 같은 맥락에 있다.


지난해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10개월 만에 증가하면서 위험수위 기준선(6만2000가구)을 넘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석 달 연속 1만가구를 웃돌았다. 악성 미분양 물량이 이 정도 수준으로 쌓인 것은 2021년 초 이후 처음이다.

건설사들이 고육지책을 꺼낸 이유는 분양시장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 침체가 본격화된 가운데 분양가는 더 오르면서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급격하게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불황일 때 각종 마케팅 방식이 등장하게 된다"며 "MGM 방식으로 알선 성과급을 받기로 한 공인중개사가 매수 수요자의 편에서 객관적으로 매물을 중개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1채 팔면 200만원 줄게요"…인근 중개업소들에 전화 돌린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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