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한 정부에 의사들 "전술 짜자" 멈칫…전공의들도 파업 결의 못해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4.02.1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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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후 총파업 예고한 의협, 15일 궐기대회 개최
파업 압도적 지지했던 전공의들 "수위·시차 조절 중"
정부 "업무 개시 명령 편법 악용 시까지 대응할 것"
"총선 가까울 때 파업하는 게 유리" 전술 짜는 의사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2천 명 증원 결정에 반발하는 의사들이 집단행동 준비에 나서고 있다. 12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로비에 의대 정원 증원을 반대하는 선전물이 놓여있다. 2024.02.12.[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2천 명 증원 결정에 반발하는 의사들이 집단행동 준비에 나서고 있다. 12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로비에 의대 정원 증원을 반대하는 선전물이 놓여있다. 2024.02.12.


설 연휴 후 총파업을 예고한 의료계와, 이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엄포가 맞서면서 '치킨게임'이 예고된 가운데, 의료계에선 일단 숨을 고르면서 대응 전략을 짜는 분위기다. 정부가 '업무 개시 명령'의 편법까지 악용될 것을 우려해 전술을 짠 데 대응하기 위해서란 해석이다. 의료계 일각에선 "정부의 여러 대책에 대응할 전술을 마련한 후에 움직여도 늦지 않다", "파업 시기를 총선에 가까울 때로 잡는 게 전술상 유리할 것"이라는 다양한 의견도 나온다.



13일 현재까지 의사들의 총파업 시기·일정이 구체적으로 나온 건 없다. 다만 전공의 사이에선 파업 여부를 주춤거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전날(12일) 저녁 9시부터 오늘(13일) 새벽 1시까지 온라인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다. 하지만 13일 현재까지 회의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대전협 집행부도 회의 결과에 대해 입을 꾹 닫고 있다.

하지만 당초 압도적인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날 총회에서는 찬반으로 의견이 나뉘어 팽팽한 논쟁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의협 비대위 관계자는 "법적 보호라든지 여러 가지 검토가 안 된 상황에서 너무 섣불리 단체 행동을 빠르게 들어가면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고, 이 때문에 전공의들도 일단 수위나 시차를 조절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회의 결과, 파업하지 않고 근무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는 내용이 담긴 글이 올라왔다.



의료계가 단체행동을 주춤거리는 배경으로는 정부의 '업무 개시 명령' 불복에 따른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6일 의대 정원 확대 브리핑에서 "만에 하나 불법적인 행동을 한다면 법에 부여된 의무에 따라 원칙과 법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실제로 집단사직 등 단체행동에 나설 경우 정부는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박성민 의협 대의원회 의장 등이 7일 오후 서울 용사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2024년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참석자들과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이날 의협은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안건 등에 대해 논의한다. 2024.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박성민 의협 대의원회 의장 등이 7일 오후 서울 용사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2024년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참석자들과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이날 의협은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안건 등에 대해 논의한다. 2024.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휴업으로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면 복지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 명령을 위반한 의료인 및 의료기관 개설자는 3년 이하 징역 혹은 3000만 원 이하 벌금형(형사처벌)에 처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해당 의료기관은 업무정지 15일(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을 처분받을 수 있다.

업무 개시 명령은 명령서를 '개인'에게 송달해야 한다. 일부러 명령서를 받지 않고 "못 받았다"고 발뺌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부는 대응책을 마련한 상태다. 복지부는 일부러 명령서를 받지 않는 편법까지 대비해 각 수련병원별로 현장점검팀을 보내 명령서를 직접 전달하도록 하고, 연락처를 확보해 문자메시지로도 명령서를 발송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또 복지부는 업무 개시 명령서를 받아야 할 의사가 전화기를 꺼놨어도, 정부가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명령서를 송달한 것'으로 보고,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확보에 대한 법적 검토도 마친 상태다.


일각에선 전공의들이 단체가 아닌 개별적으로 이달 말 병원과의 수련계약서 갱신을 거부하거나 사직 의사를 밝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까지 세웠다. 각 수련병원에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과 함께 수련병원에 전공의를 관리할 의무가 있다며 병원장들에게 집단사표를 수리할 경우 행정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메시지도 보냈다. 또 각 수련병원에 3~5명으로 꾸린 전담팀을 배치해 전공의 근무 상황을 점검하도록 하고 경찰도 배치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사퇴한 직후 김택우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을 필두로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대한의사협회는 일단 오는 15일 전국 곳곳에서 궐기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어 17일엔 서울에서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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