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현정 디자인기자
15년. 하나의 신약 개발에 드는 평균적인 시간이다. 개발 비용의 증가와 긴 시간 이어지는 개발 기간, 낮은 성공률 등 고질적인 생산성 저하는 신약 개발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실험 대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결괏값 예측과 설계가 가능한 AI 신약 개발에 닻을 올리는 분위기다.
특히 AI 신약 개발 분야의 경우 AI 연구 기업과 제약·바이오 기업 간 연대가 중요한 데다, 오랜 기간 이어진 제약·바이오 산업의 사일로(기업 간 데이터 고립) 현상이 개선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두드러지고 있다. 산업 특성상 신약 개발 데이터 자체가 주요 영업 기밀인 탓에 AI를 활용한 방대한 데이터 수집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멜로디 프로젝트에는 암젠,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 글로벌 제약사 10개사와 엔비디아, 부다페스트 기술경제대학 등 총 17개 학교 및 기업이 참여했다. 프로젝트는 블록체인과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신약후보물질 발굴에 효과적인 화합물을 식별하고, 개인정보 및 지식재산권 보호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일본 제약사 에자이도 지난해 6월 게이츠 벤처스, 영국 에든버러대 등과 AI를 활용한 치매 진단 협력 기구 'NEURii'를 구성해 연구에 나섰다. 에자이의 기존 연구와 신경학 약물 개발을 기반으로 치매 질병 예방 및 치료를 돕는 AI 기반 '디지털 툴'(tools) 개발이 목표다. 미국 의약 전문지 피어스바이오텍은 NEURii를 "의료진의 치매 고위험군 환자 예측 과정에서 정확도를 높이고 질병 치료 개선을 위한 새로운 약물을 발견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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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시 EU의 멜로디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한 'K-멜로디' 사업을 올해부터 2028년까지 진행한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주관하는 이 사업은 총예산 약 348억원으로, 국내 제약사 20여곳과 AI 기업, 대학, 공공기관 등이 참여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오는 4월부터 사업단이 운영되며 과제별 기업 선정 등을 거친 뒤 7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국내에는 유럽처럼 기반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만큼 이번 사업을 통해 AI 신약 개발 가속화에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AI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정부 주관으로 제약·바이오 기업 간 AI 신약 개발을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것 자체는 사업 진전에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다만, 국내에선 아직 AI 데이터 활용도가 해외보단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사업을 바탕으로 향후 어떻게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