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유가 중요한지 되물었더니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또는 '자기 회사를 갖고 싶어서'보다 '기존의 시스템이 답답해서' 창업하는 사람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기존 기업시스템에서 추진하기 힘들거나 다른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아서 창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 창업자들은 기존 시스템과 다른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 창업을 선택하는 것이며, 많은 경우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해군은 기존 가치를 지키는 존재이기 때문에 관습에 얽매인 사고를 하기 쉽다. 그러나 해적은 관습에 얽매이기보다는 새로운 가치를 찾기 위한 모험을 즐기는 존재다. 매킨토시 개발팀은 당시 컴퓨터 업계의 주류이자 해군이라고 할 수 있는 IBM에 대한 반기를 들기 위해 해적 깃발까지 만들었다. 해적의 상징인 검은 안대 대신 애플의 상징인 무지개색 사과를 한쪽 눈에 그려 넣었다고 한다.
우리가 창업정신을 독려하고 정부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것은 단순히 창업이 일자리를 만들어내서가 아니다. 대기업에 취업하고 의사나 변호사가 되려는 사람들이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는 해군이라면, 창업가들은 기존 시스템이 답답해서 새로운 변화를 꾀하는 해적들이다. 물론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은 멈춰 있지 않다.
인공지능 같은 디지털 기술들은 제4차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있으며,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대유행이 주기적으로 찾아오고, 탄소중립 같은 국제 규약이 기존 관세장벽을 대체하고 있다. 또 최근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무역 갈등이 핵심기술을 서로 공유하지 않는 기술패권 시대를 불러왔다. 이런 변화의 파도가 몰려오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시스템만을 고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떻게든 변화를 주고 바뀐 시스템에 맞는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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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장기적인 안정성과 위계질서 같은 유교 문화에 익숙하다. 때문에 많은 정책들이 창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고 저변을 넓히는 데 집중돼왔다. 하지만 이런 변화의 시대에 우리나라가 글로벌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기존 가치를 뒤집고 혁신을 추동할 '해적단'이 필요하다.
해적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창업정책도 혁신해야 한다. 부처 간 이해관계를 벗어난 정부 협업, 규제 샌드박스의 효과적인 작동, 나눠주기식이 아닌 옥석을 가리는 재정지원 등 다양한 창업정책의 혁신을 통해 '해적단'이 변화를 선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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