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아끼자" 중고 명품백 사러 온 예비부부들…불경기에 매출 뛴 이곳[르포]

머니투데이 대전=조한송 기자 2024.02.1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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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거래액 2153억 사상 최대
중고 인식변화 예비 부부도 찾아
보유물건 팔고 다른 제품 구매도

구구스 대전타임월드점 매장 내 모습/사진=조한송 기자구구스 대전타임월드점 매장 내 모습/사진=조한송 기자


대전 서구에 위치한 프리미엄 백화점인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점'. 지역 상권을 대표하는 이곳에서 조금만 걸으면 명품 브랜드 매장을 떠올리게 하는 외관의 '구구스 대전타임월드점'이 나온다. 지난 7일 오후 구구스 매장을 들어서니 백화점 명품관처럼 벽면 진열대에 브랜드별로 놓인 핸드백과 지갑, 시계 등이 눈에 들어왔다.

평일 오후 시간이었지만 백화점 쇼핑에 나섰다가 이 매장을 들린 고객이나 제품 상담을 받기 위해 방문한 고객을 만날 수 있었다. 매장 관계자는 "보통 하루에 20팀 안팎의 손님이 방문한다"며 "물건을 팔고 다른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방문하는 분도 많다"고 설명했다.



구구스는 2002년 설립된 중고명품 온·오프라인 회사다. 고객이 내놓은 명품 핸드백, 액세서리, 의류 등을 검수 과정을 거쳐 위탁 혹은 직영으로 판매하고 있다. 고객이 온라인에서 재고를 확인하고 '보고 구매 서비스'를 신청하면 서울, 대구, 대전 등 전국 25개 매장에서 직접 볼 수 있다. 매장 내에는 감정이 가능한 인력이 상주하고 있다.

구구스 대전타임월드점 내 VIP룸 모습/사진=조한송 기자구구스 대전타임월드점 내 VIP룸 모습/사진=조한송 기자
대전타임월드점에는 대전 백화점 상권에 입점돼 있지 않은 에르메스, 샤넬, 까르띠에 등 하이엔드 브랜드 제품도 눈에 띄었다. 한쪽 벽면에는 예물용으로 인기가 있는 롤렉스 시계와 까르띠에 반지, 팔찌 등이 놓였다. 매장 관계자는 "예물로 많이 찾는 명품 가격이 계속 인상되다 보니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매하고자 매장을 찾는 예비 부부도 있다"며 "명품관에서 입장 대기하다가 지쳐서 오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명품관에 가더라도 일부 제품은 구매실적이 없으면 사지 못하거나 재고가 없는 경우가 많다 보니 중고 매장을 찾는 고객이 많다는 것. 실제 이날 손잡고 함께 매장을 방문한 커플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명품 시장은 침체되고 있지만 구구스의 매출은 성장세다. 경기가 안좋으면 물건을 팔려는 사람이 많고 플랫폼 입장에선 싸게 제품을 매입할 수 있다. 이렇게 싸게 매입해둔 제품은 명품값 인상으로 중고품 수요가 늘어나면 가치가 올라간다. 경기 변동에도 불구하고 중고 명품 플랫폼 실적이 증가하는 이유다. 실제 구구스의 거래액(구매확정기준)은 2021년 1545억원에서 2022년 1799억원, 지난해 2153억원으로 증가했다. 사상최대치다.

중고 명품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변했다. 과거에는 명품 브랜드 제품을 사서 오래 쓰는 문화가 강했다면 이제는 쓰다가 되팔고 그 돈으로 다른 제품을 사는 경우가 늘어난 것. 중고품일지라도 자신이 원하는 모델의 제품을 소유하길 원하는 MZ세대의 소비 트렌드도 중고 거래액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구구스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전체 명품시장 대비 중고 명품시장의 규모가 14~15% 인 반면 우리나라는 그 절반 수준"이라며 "앞으로는 중고 명품 거래도 해외처럼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구구스 대전타임월드점 진열대 모습/사진=조한송 기자구구스 대전타임월드점 진열대 모습/사진=조한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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