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젭바운드, 간질환에도 좋다고?…한미약품 웃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4.02.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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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약 젭바운드, 간질환에도 좋다고?…한미약품 웃는 이유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비만치료제 '젭바운드'가 간질환 효능까지 입증했다. 젭바운드의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임상 2상이 성공하면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화제다. 국내에선 한미약품 (310,500원 ▲500 +0.16%)이 젭바운드와 같은 성분의 NASH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라이릴리가 젭바운드(성분명 tirzepatide)를 NASH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2상에서 증상 개선 효능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한 가운데 한미약품의 신약 파이프라인 '에피노페그듀타이드'와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NASH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많은 지방이 간세포에 축적되면서 염증 반응과 간 섬유화가 일어나는 질환이다. 최근엔 MASH(대사 이상 관련 지방간염)로 이름을 바꿔 부르기도 한다. 증상이 악화하면 간경변과 간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아직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다.

일라이릴리는 비만치료제로 유명한 젭바운드의 NASH 임상 2상에서 투약 용량에 따라 51.8~73.9%의 증상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실제 NASH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효능을 입증하면서 품목허가를 위한 연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젭바운드는 '마운자로'란 이름으로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비만치료제로 승인받았다. 그보다 앞서 2022년 당뇨치료제로 허가받았다. 그만큼 안전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물질이란 의미다.

젭바운드는 GLP-1/GIP 이중작용제로, NASH를 적응증으로 한 임상 2상에서 효능을 확인하면서 전 세계 NASH 치료제 개발 경쟁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단 분석도 제기된다. 젭바운드와 같거나 비슷한 기전의 후보물질에 대한 NASH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이 부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NASH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30년 30조원에 달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도 NASH 치료제 개발에 한창이다. 특히 한미약품은 젭바운드와 비슷한 기전의 NASH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어 수혜가 예상된다.


한미약품은 NASH 치료제 파이프라인으로 GLP-1/GCG 이중작용제 에피노페그듀타이드와 GLP-1/GIP/GCG 삼중작용제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를 보유했다. 둘 다 글로벌 임상 2상 단계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2020년 8월 미국 머크(MSD)에 8억7000만달러(약 1조16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현재 머크는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의 NASH 치료제 임상 2b상을 진행하고 있다. 300명 규모로 2025년 하반기 완료 예정이다. 지난해 완료한 임상 2a상에서 간 지방 함량 개선 효과를 확인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젭바운드의 MASH 임상 2상 성공으로 MASH 치료제 개발 경쟁의 판도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며 "국내 MASH 개발사는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동아에스티가 있는데, GLP-1/GIP/GCG 삼중작용제와 GLP-1/GCG 이중작용제를 보유한 한미약품이 젭바운드 MASH 임상 성공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은 "일라이릴리 발표로 GLP1/GIP 이중작용제의 MASH에 대한 효능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라며 "이에 따라 한미약품의 에피노페그듀타이드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또 "MSD가 에피노페그듀타이드에 굉장한 기대를 거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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