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급전창구' 저축은행 너마저…자체 대출 줄이고 '사잇돌' 2배 늘려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2024.02.1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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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저축은행이 지난해 자체 대출을 축소하고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사잇돌' 대출을 2배 넘게 늘렸다. 업황 악화로 대출을 확대하기 어려워지자 저수익·저위험인 정책보증대출 판매에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이 자체 대출을 재개해야 중·저신용자의 자금 조달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이 신규 취급한 사잇돌 대출 총액은 1조2780억원으로 나타났다. 2022년 취급액인 5956억원에서 114.6% 급증했다. 사잇돌 대출은 SGI서울보증(서울보증보험)이 보증하는 중금리 정책보증상품이다. 지난해 저축은행의 사잇돌 신규 취급액은 시간이 갈수록 증가했다. 1분기 1984억원이었던 신규 취급액은 2분기 2942억원으로 불고 3분기엔 3024억원, 4분기엔 4829억원으로 늘었다.



사잇돌이 확대되는 동안 '민간 중금리' 신규 대출은 33.4% 줄어들었다. 2022년 민간중금리 대출액은 9조2511억원이었으나 2023년엔 6조1598억원으로 감소했다. 민간 중금리 대출은 저축은행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대출 중 신용점수 하위 50%에게 제공되면서 금리가 17.5%를 넘지 않는 상품을 말한다.

저축은행이 민간 중금리를 축소한 이유는 업황 악화로 대출을 확대하기 어려워져서다. 저축은행은 금융권 금리가 오른 2022년 말부터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에 따른 이익)이 줄면서 급격한 수익성 악화를 겪었다. 79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9월 말 누적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1405억원으로, 1년 전 1조3393억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12월 말 누적 순손실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2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 업무 권역이 연간 순손실을 낸 건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한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저축은행은 신규 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할 수 없는 상황에서 리스크가 거의 없는 사잇돌 대출을 늘리며 최소한으로 사업을 영위했다. 사잇돌은 정책보증대출이기 때문에 연체가 발생하면 SGI서울보증이 손실 금액의 100%를 저축은행에 지급한다. 저축은행 입장에선 많이 팔아도 손실의 위험이 없는 상품이다. 다만 그만큼 수익성도 작아 저축은행에 떨어지는 마진이 별로 없다.

취약 차주를 위한 정책보증상품이 확대되는 건 긍정적인 일이지만 중·저신용자가 원활하게 대출을 공급받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민간 중금리 시장의 성장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실제 주부·대학생 등 다양한 취약 차주가 접근할 수 있는 민간 중금리 대출과 달리 정책보증상품은 대출받을 수 있는 조건이 제한적이다. 저축은행에서 사잇돌 대출받으려면 재직한 지 5개월이 지나고 연 소득이 1200만원 이상인 근로자여야 한다.

정책보증상품은 보증 기관의 예산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취급 규모도 절대적으로 작다. 지난해 민간 중금리 취급액 규모는 사잇돌보다 5배 가까이 많았다. 저축은행이 대출을 활발히 운영하던 2022년엔 민간 중금리 취급액이 사잇돌 대비 15배 많았다.


대형 저축은행은 올해 상반기가 지나면 대출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하 속도가 더디지만 내년 대출 정상화를 목표로 올해 하반기부터 차츰 대출을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2023년엔 대부분의 저축은행이 자체 대출은 최소화하고 사잇돌·햇살론 등 정책보증상품을 주로 취급했다"며 "올해는 대출 마케팅도 재개하는 등 영업에 기지개를 켤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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