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롱 피아비가 11일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LPBA 챔피언십' LPBA 결승전에서 챔피언 샷을 성공시킨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스롱. /사진=PBA 투어
스롱은 11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 PBA 투어 8차전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LPBA 챔피언십' LPBA 결승전에서 임정숙(크라운해태)을 세트스코어 4-2(9-11, 3-11, 11-8 11-10, 11-4, 11-6)로 잡고 정상에 올랐다.
우여곡절이 많은 시즌이었다. 지난 시즌 월드챔피언십 포함 3승을 추가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스롱은 올 시즌에도 2차전에서 정상에 서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샷을 준비하는 스롱. /사진=PBA 투어
스롱(왼쪽)이 임정숙의 샷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PBA 투어
최근엔 기세를 되찾는 듯 보였다. 6차 대회에서 8강에 올랐고 팀리그 5라운드에선 단식에서 6전 전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까지 긍정적 영향이 이어졌다. 64강에서 애버리지 1.389로 김명희를 가볍게 꺾은 스롱은 32강에서 전애린(휴온스 레전드)에게 2-1(8-11, 11-0, 9-8), 16강에서 김다희에게 2-1(4-11, 11-8, 9-3)로 연달아 역전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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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에서 만난 장혜리에게 3-0(8-11, 11-7, 11-2) 완승을 거둔 스롱은 준결승에서 김경자와 풀세트 접전 끝에 3-2(9-11, 11-10, 3-11, 11-9, 9-8)로 이겼다. 이번에도 역전승이었다. 초반 집중력이 아쉽다고도 볼 수 있었지만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승리를 챙기는 면모가 돋보였다.
결승전은 이번 대회 스롱의 성격을 명확히 보여주는 경기였다. 긴장한 탓일까. 1세트 양 선수들이 모두 긴장한 끝에 19이닝까지 경기가 펼쳐졌다. 스롱은 5이닝 만에 5점을 냈지만 11이닝 동안 2득점에 그쳤고 결국 기선제압에 실패했다. 2세트엔 임정숙이 힘을 냈고 피아비는 단 3점에 그치며 고개를 떨궜다.
그러나 승부는 3세트부터 시작이었다. 이번 대회 스롱을 대표하는 뒤집기 본능이 살아났다. 1이닝 1점, 2이닝 6점을 몰아치며 앞서간 스롱은 11이닝 2득점하며 한 세트를 따라붙었다. 특유의 몰아치기가 빛을 발했다. 4세트에도 7연속 공타에 그치던 스롱은 8이닝 하이런 8득점으로 기세를 높였다. 이후 임정숙이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10-10 동점으로 위기에 몰렸지만 14이닝 곧바로 빗겨치기를 성공시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우승 후 점프를 하며 기뻐하는 스롱. /사진=PBA 투어
스롱이 우승 후 양팔을 뻗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챔피언 샷을 성공시킨 스롱은 외마디 함성과 함께 기쁨을 표출했고 임정숙과 악수를 나눈 뒤에는 춤을 추기까지 했다. 그만큼 어느 때보다도 더욱 간절했던 우승이었다.
PBA에 따르면 스롱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고생한 끝에 우승했다. 너무 기뻐서 말도 잘 안 나오고 눈물도 안 난다"며 "일이 많았다 보니까 이제 눈물도 말랐다.(웃음)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역시 여제'라는 말을 자아내는 감격의 우승, 그 후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고개를 떨궜고 부진이 이어졌다. 그 과정은 매우 힘든 순간의 연속이었다. 스롱은 "우승하면 자신감이 올라서야 하는데 그 이후에 테이블 앞에 서면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오늘 게임도 멘탈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결승전에서의 느낌과 감각을 다 잃어버린 듯했다"며 "'이렇게까지 멘탈 관리가 되지 않을 수도 있구나' 싶었다. 2세트 졌을 때 사실 포기하고 싶었다. 생각대로 공이 움직이지 않았다. 공만 집중하려 했는데 상대방이 의식되다 보니까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3세트부터 놀라운 반등에 성공하며 대역전극에 성공했다. 스롱은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가서 지난 결승전을 생각했다. 2021~2022시즌에 열린 에버콜라겐@태백 챔피언십 대회 결승전 때 이뤄냈던 역전승을 기억했다. 한 세트만 따면 조금 더 편해질 테니까 '한 세트만 잡자'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고 설명했다.
우승 후 기뻐하는 스롱. /사진=PBA 투어
스롱이 우승 후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고 있다. /사진=PBA 투어
그러나 그 관심도 애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감사한 부분이 있다.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고 생각했다"며 "옛날에 나를 아무도 모를 땐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 어느 정도 당구도, 나도 유명해지고 보니 이해해야 한다. 고국 지인들과의 대화나 멘탈 코칭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파리는 쓰레기 냄새를 좋아하고 벌은 아름답고 예쁜 꽃을 좋아한다. '파리' 같은 말을 듣지 않고, '벌' 같은 말만 보고 들으려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정상에 서기까지 7개월이 걸렸다. 스롱은 "내가 쓰고 있는 큐 브랜드 TPOK의 전남수 대표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대표님께서 '스롱, 맨날 우승하면 힘든 것들은 언제 배우겠어. 이렇게 힘든 일을 겪으면서 이겨내야 나중에도 힘들 때 이겨낼 수 있어'라고 하셨다"며 "대표님도 한 때 당구 선수였다. 공의 원리를 잘 알려주셨다. 사실 여러 사람들에게 레슨을 받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저는 항상 새로운 길을 도전한다. 팀리그가 끝나자마자 계속 업체 공장이 있는 일산에 왔다. 10시간 연습하는 것 보다 1시간 새로운 것들을 안다면 나는 그게 좋다. 그래서 도전했다. 당구는 점수를 잘 내는 게,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니다. 선수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은 원리를 잘 아신다. 당구를 더 잘 알고 싶다. 그래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스롱(가운데)이 우승 후 장상진 PBA 부총재(왼쪽), 윤현식 웰컴저축은행 본부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스롱(왼쪽)이 우승 상금을 받고 미소짓고 있다. /사진=PBA 투어
당구 외적으로도 봉사활동 등 외부활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스롱은 "나 같은 사람이 이렇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들이 어디 있겠나. 나는 우리나라와 국민들을 사랑한다. 매일 국민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한다. 가끔 봉사활동을 깊이 생각하다 보니까 당구에 집중이 안 될 때도 있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이 마음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물어본다. 대부분 좋지만 너무 외부적인 일만 생각하다 보면 내 본업인 당구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 잘 구분하라 조언해주신다. 지금은 당구에만 집중하고 봉사활동은 잘 정리했다. '한캄(한국-캄보디아)사랑' 재단에 일하시는 분들이 따로 있다. 나는 당구만 연습하고 성적만 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제 4월에 시즌이 끝나면 캄보디아에 가서 기부하고 봉사를 하려고 한다"고 남다른 고국사랑도 나타냈다.
한편 남자부 8강에선 임성균(하이원리조트)이 강민구(블루원리조트)를 3-2(15-10, 4-15, 15-8, 8-15, 11-3), 김병호(하나카드)가 황형범을 3-1(15-5, 5-15, 15-9, 15-11)로 꺾고 4강으로 향했다. 이날 열릴 박기호와 하비에르 팔라존(스페인·휴온스), 권혁민과 조건휘(SK렌터카)의 대결 승자가 4강에 오른다.
결승은 12일 오후 9시 30분에 펼쳐진다.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는 스롱. /사진=PBA 투어
우승 후 7회 우승을 의미하는 손가락 7개를 펴들고 포즈를 취하는 스롱. /사진=PBA 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