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넓은 스펙트럼을 꿈꾸는 김혜준 [인터뷰]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4.02.1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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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배우 김혜준은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를 시작으로 영화 '미성년' '싱크홀', 드라마 '구경이' '커넥트' 등 색이 진한 장르물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하게 다졌다. 가장 최근작인 디즈니+오리지널 '킬러들의 쇼핑몰'(이하 '킬쇼') 역시 마찬가지다. 김혜준은 이같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대해 "그것도 좋다"면서도 "이제는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싶다"고 전했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킬쇼'는 삼촌 진만(이동욱)이 남긴 위험한 유산으로 인해 수상한 킬러들의 표적이 된 조카 지안(김혜준)의 생존기를 다룬 스타일리시 뉴웨이브 액션물이다. 김혜준은 부모를 잃고 평범하지 않은 삼촌 밑에서 자란 조카 정지안 역을 맡았다.



최종화 공개를 앞둔 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에 나선 김혜준은 "재미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모든 배우의 욕심일 텐데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하다"는 소감과 함께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구경이', '커넥트' 등의 장르물을 연달아 소화한 김혜준은 보다 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를 위해 가벼운 장르의 작품을 고려하고 있었다. 실제로 '킬쇼' 역시 한 차례 고사하기도 했다. 그런 김혜준의 마음을 바꿔놓은 건 이동욱이었다.



"이동욱이 캐스팅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대본을 보니 상상이 되더라고요. 진짜 멋있을 것 같았어요. '이 삼촌 보고 싶은데'라는 생각 때문에 출연을 결심한 것도 커요. 굉장히 어울리는 캐스팅이라고 생각해요."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렇게 출연을 결심한 이후에는 캐릭터를 분석하는 데 힘썼다. 김혜준이 주목한 지안의 특성은 평범함 속에 특별함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잘 보여주기 위해 평범한 지안의 모습에서 특별한 능력을 각성하는 순간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안이의 가장 중요한 점은 평범함 속에 특별함을 가진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평소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법한 리액션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그러다가 특별한 사건을 마주하고 특별함을 깨달을 때 어떻게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지안이가 깨닫는 순간이 굉장히 많은데 단계별로 높여가며 변화를 주려고 연구도 했어요. 초반에는 지안이가 답답하다는 평도 있었는데 시청자분들이 지안이에게 몰입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후에 지안이가 각성하고 위기를 모면해 나가는 순간에 시원함과 용기를 얻으셨지 않을까 싶어요."

극 중 많은 킬러들의 위협을 받는 지안은 삼촌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에게 배웠던 것을 토대로 위기를 극복한다. 이 과정에서 김혜준은 다양한 액션신을 소화했다. 촬영 4개월 전부터 액션스쿨에 다녔다는 김혜준은 이 과정을 통해 점점 배역과 동기화됐다고 전했다.



"몸을 써본 적이 없어서 촬영 4개월 전부터 액션스쿨을 다녔어요. 기초 체력 훈련을 시작으로 총기 연습까지 했어요. 무에타이의 경우에는 액션 스쿨에서 한계가 있어 파신 역의 김민 배우와 함께 도장에 다니며 배웠어요. 파신에게 무에타이를 배우는 과정을 몽타주로 찍은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는 3~4일 정도를 찍었어요. 그 때 유대감도 생기고 점점 지안이가 됐던 것 같아요."

위기를 액션으로 극복하는 김혜준의 모습이 주를 이루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액션만 나오는 건 아니다. 특히 극초반 삼촌을 잃은 슬픔이 순간 터져 나오는 모습은 김혜준의 깊은 감정 연기가 돋보였다.

"지안이의 감정의 기저에는 외로움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표현하지 못해 응축됐던 것들이 삼촌의 죽음으로 폭발했다고 봤어요. 일련의 사건을 겪다가 삼촌의 부재를 체감하고 가장 아이 같은 순간 같았어요. 삼촌에 대한 미안함보다는 괘씸함, 그리움을 쌓았다가 원기옥처럼 터뜨렸던 것 같아요."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김혜준은 이동욱이 연기하는 '멋진 삼촌'을 보고 싶어 출연을 결심했다. 이동욱은 작품 안에서뿐만 아니라 촬영 현장에서 많은 도움을 주며 정말 삼촌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지안에게 삼촌 진만이 남다른 의미를 가졌던 것처럼 김혜준에게도 이동욱은 남다른 의미를 가지게 됐다.

"너무 재미있었고 의지를 많이 했어요. 저를 진심으로 믿어주고 용기를 북돋워 주는 삼촌 같았어요. 인간으로서도 맛있는 밥도 많이 사주셨어요. 연기적으로는 조언을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조심스럽고 배려하는 스타일이세요. 매체를 통해서만 봤을 때는 차가운 부분이 없지 않은데 실제로 보면 따뜻한 부분도 많아요. 겪어본 사람들은 이런 점을 알기 때문에 계속 작업하고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싶었어요."



짧았던 소설이 드라마화되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추가됐고 진만과 지안의 관계 역시 다양한 설정들이 붙었다. 김혜준은 이 과정에서도 이동욱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감사를 전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시니컬한 삼촌과 조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싸우는 게 아니라 티격태격하는 그림을 보여주면 보시는 분들이 더 유대감이 깊어 보인다고 느끼지 않을까라는 말이 오갔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이 진만과 지안의 관계를 좀 더 호감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앞서 말한 것처럼 김혜준은 '구경이', '커넥트'에 이어 '킬쇼'까지 장르물 성향이 짙은 작품을 연달아 출연했다. 김혜준 역시 "이제는 스펙트럼을 넓게 가져가고 싶다"며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예전부터 '장르물을 선택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매력적인 캐릭터에 끌렸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도 원래는 안 하려고 했다가 하게 됐지만 후회가 없어요. 대본이 좋고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정확히 있는 캐릭터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도 이제는 스펙트럼을 넓게 가져가고 싶어요. 그러면서 계속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넓은 스펙트럼을 위해 김혜준이 욕심내는 장르는 로맨스다. '킬쇼'에서 지안의 과거 장면을 촬영하며 단 몇 분간의 로맨스를 찍었던 김혜준은 "몽글몽글한 신에서 많이 헤맸다"며 당시를 돌아봤다.



"둘 다 오글거려서 웃으면서 촬영했어요. 대문 앞에서 망설이다 눈을 감는 신이 있는데 자꾸 NG가 나더라고요. 감독님이 겁에 질린 것 같다고 설레는 표정을 지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나름 설렌다는 감정에 미소까지 표현했는데... 그래서 그 신을 많이 찍었어요. 몽글몽글한 신에서 헤맸던 기억이 나는데 그래도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는 여전히 하고 싶어요."

자칫 이미지가 고착화 될 수도 있는 시점이지만, 김혜준의 모습에서 걱정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도 좋다"며 말하는 긍정적인 태도가 돋보였다. 김혜준은 "예전에는 저를 깎아 먹었는데 살기 위해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미지가 고착화될 수도 있지만 그것도 좋아요. 또 같은 장르여도 모두 다른 캐릭터이기 때문에 잘 해낸다면 분명히 새롭게 봐주실 것 같기도 해요. 예전에는 저를 깎아 먹었던 것 같아요. 그 시간들이 너무 괴롭다 보니 살 방법을 찾았던 것 같아요. 어느 정도의 자기 합리화를 하며 긍정적인 기질을 만들었어요. 주변의 도움도 받았고 나아가고자 하는 욕심도 있었어요. 지킬 수 있는 작은 목표를 세우고 이뤄내며 자존감을 높이는 훈련도 많이 했어요."



마지막으로 김혜준은 '킬쇼'에 대해 "의외로 가족 드라마"라며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저희 작품의 의외로 '가족드라마'예요. 가족의 사랑을 느낄 수 있고 무언가 처절하게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액션물로서도 재미있고요. 연휴 때 몰아보기 좋은 작품이니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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