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공식기자회견에 참석한 리오넬 메시. /AFPBBNews=뉴스1
리오넬 메시(오른쪽)가 7일 일본 J리그 빗셀 고베를 상대로 교체 출전해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일본 매체 도쿄 스포츠는 8일 "메시의 홍콩전 결장으로 인해 중국축구협회(CFA)가 아르헨티나 축구협회(AFA)와 제휴 관계를 끊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더불어 오는 3월 열릴 예정이었던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중국 내 친선경기도 취소될 위기에 놓여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축구 평론가인 쉬저신은 8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과 친선경기를 추진한 주최측 및 후원사들의 계약 해지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3월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중국행은 99% 무산됐다"고 덧붙였다.
인터 마이애미 소속의 메시는 지난 4일 홍콩 스타디움에서 열린 홍콩 프로 리그 선수들을 주축으로 꾸린 홍콩 베스트11팀과 프리시즌 친선경기에 출전하지 않아 '노쇼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경기에서 홍콩 팬들은 사실상 메시의 모습을 보기 위해 비싼 입장료를 지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날 친선경기의 티켓 가격은 약 5000 홍콩 달러(한화 약 85만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 마이애미는 리오넬 메시를 비롯해 루이스 수아레스 등 팀을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모두 출전 명단에는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메시와 수아레스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기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홍콩 팬들은 메시의 이름을 연호하며 그의 출전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그렇지만 메시는 벤치에 그대로 앉은 채 홍콩 팬들의 간절한 외침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린 뒤에도 홍콩 팬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경기 후 그라운드에서 인터 마이애미의 공동 구단주인 '슈퍼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직접 마이크를 잡은 뒤 인사했다. 그렇지만 홍콩 팬들은 베컴의 인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엄청난 야유를 쏟아내는 등 메시가 출전하지 않은 것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시가 결장한 표면적인 이유는 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 마이애미를 이끄는 헤라르도 마르티노 감독은 메시가 결장한 이유에 관해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많은 홍콩 팬들이 실망한 걸 알고 있다. 용서를 구하고 싶다. 메시는 내전근을 다쳤다. 메시를 짧은 시간이라도 출전시킬까 하는 고민이 있었으나, 부상 리스크가 컸다. 또 수아레스는 무릎을 다쳐서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메시는 불과 3일이 지난 7일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펼쳐진 빗셀 고베와 친선경기에는 후반 15분에 교체로 출전, 일본 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사커 다이제스트웹에 따르면 마르티노 감독은 고베전을 마친 뒤 "메시는 지난 6일 오후에 훈련을 마친 뒤 컨디션이 괜찮다는 보고를 받았다. 따라서 빗셀 고베와 경기에서는 30분 정도 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홍콩 축구 팬들에게 감사하다. 물론 그들이 메시가 출전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단 그 경기에서 메시를 내보내는 건 위험 부담이 존재한 게 사실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래도 메시가 홍콩에서는 뛰지 않고, 일본에서는 출격하자 홍콩과 중국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8일 "메시가 속해 있는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은 3월 중국에서 평가전을 치를 예정다. 그보다 앞서 (홍콩과 중국은)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바람이 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중국 매체 am730은 "중국축구협회가 아르헨티나 대표팀과 협력 관계를 멈추며, 내달 중국에서 열리는 친선경기 역시 취소될 것"이라면서 "중국축구협회는 공식 사이트에서 메시와 관련한 뉴스를 모두 삭제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메시를 중국 축구계에서 완전히 지워버리겠다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공식기자회견에 참석한 리오넬 메시. /AFPBBNews=뉴스1
리오넬 메시가 7일 일본 J리그 빗셀 고베를 상대로 교체 출전해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리오넬 메시(오른쪽)가 7일 일본 J리그 빗셀 고베를 상대로 교체 출전하기에 앞서 몸을 풀 준비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그러나 결과보다 더 큰 관심을 받은 건 당연히 호날두였다. 그의 출전이 사실 흥행에 있어서 최고의 관건이었다. 당시 대회를 주최했던 더 페스타는 매치 성사 직후 호날두의 45분 출전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홍보했다. 그리고 많은 축구 팬들은 호날두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최고 40만원에 달하는 표 값을 기꺼이 지불했다.
하지만 호날두를 향한 팬들의 기대감은 곧 '야유'와 '분노'로 뒤바뀌고 말았다. 그는 끝내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전반전 벤치를 지킬 때만 해도 후반전에 출전하리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후반전이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몸조차 풀지 않았다. 전반전 전광판에 그의 모습이 잡힐 때마다 환호했던 팬들은 후반전엔 반대로 야유를 퍼부었다. 심지어 그의 영원한 라이벌인 "메시, 메시"를 연호하는 소리가 상암벌에 울려 퍼지기도 했다.
지난 2019년 7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가 유벤투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9년 7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가 유벤투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경기 시작을 기다리는 것을 취재진이 찍으려하자 관계자가 손으로 막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9년 7월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 유벤투스 호날두가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이 전광판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시 팀을 이끌었던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은 공식기자회견에서 "호날두의 결장은 하루 전(25일)에 결정된 사안이었다"고 말해 더욱 분노를 일으켰다. 사리 감독은 "호날두의 컨디션과 근육 상태가 안 좋았다. 전날 밤 미팅 때부터 출전 여부에 대해 고민했다. 사실 일주일 동안 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싱가포르와 중국에서도 몸이 안 좋았다. 결국 호날두와 상의해 한국에서 안 뛰는 게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메시의 홍콩 노쇼 사태 역시 사령탑이 몸 상태를 이유로 친선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리오넬 메시가 2일(한국시간) 홍콩에 도착한 뒤 비행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AFPBBNews=뉴스1
5일 메시의 광고 옆을 지나가는 홍콩 사람들. /AFPBBNews=뉴스1
리오넬 메시가 지난 4일(한국시간) 홍콩의 홍콩스타디움에서 열린 인터 마이애미와 홍콩 베스트11의 프리시즌 친선전에서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AFPBBNews=뉴스1
리오넬 메시에게 야유하는 홍콩스타디움 관중들. /AFPBBNews=뉴스1
리오넬 메시(왼쪽)와 호르디 알바. /AFPBBNews=뉴스1
홍콩 팬들이 지난 4일(한국시간) 홍콩의 홍콩스타디움에서 열린 인터 마이애미와 홍콩 베스트11의 친선전에서 리오넬 메시를 응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번 메시의 친선 경기는 홍콩 정부 자문위원회로부터 'M마크' 등급을 부여받았는데, 이는 홍콩의 국가적 주요 스포츠 행사임을 뜻한다. 경기를 주최한 태틀러아시아는 경기 자금으로 1500만 홍콩달러(한화 약 25억 6000만 원)와 경기장 보조금 100만 홍콩달러(한화 약 1억7000만원)를 각각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여러 소식통을인용, "홍콩 정부는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메시가 주장으로 출전할 것이라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경기 직전 출전 명단에 메시의 이름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전까지 계획이 변경됐다는 것에 대해 어떠한 공지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존 리 홍콩 행정장관 역시 경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리오넬 메시가 경기에 출전할 것이라 확신했다고 한다. 이 역시 한국에서 벌어진 호날두의 노쇼 사태와 비슷하다. 당시 한국 측 관계자들도 호날두의 결장 사실에 대부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 한 관계자는 "호날두가 안 뛰는 게 사전에 알려졌다면 대량의 취소표가 속출했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메시도 고개를 숙였다. 일본 축구 매체 사커 다이제스트에 따르면 메시는 빗셀 고베와 친선경기를 앞두고 열린 공식기자회견에 참석, 홍콩전에 나서지 못한 이유에 관해 "(홍콩에 오기 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첫 번째 경기(알 힐랄전)에서 내전근의 불편함을 느꼈다. 두 번째 경기(알 나스르전)에서는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경기 막판 짧게 뛰었다. 검사 결과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여전히 불편함을 느낀다"면서 "홍콩에 많은 팬이 있었고 그들을 위해 경기를 뛰고 싶었지만 어려웠다. 이런 일은 축구와 경기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기대한 팬들이 많았던 만큼 정말 저도 실망스러웠다. 홍콩에서 뛸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인터 마이애미 공동 구단주 데이비드 베컴(가운데)이 관중의 야유에 머쓱한 표정을 짓고 있다. /AFPBBNews=뉴스1
리오넬 메시(가운데). /AFPBBNews=뉴스1
리오넬 메시. /AFPBBNews=뉴스1
리오넬 메시. /AFPBBNews=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