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근당 본사. /사진제공=종근당
국내 주식시장에서 바이오에 대한 투자수요는 2020~2021년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까지 꾸준하게 떨어졌다. 대부분의 바이오 기업 주가가 급락하며 많은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안겼다. 제넥신 (8,800원 ▲150 +1.73%)처럼 고점 대비 주가가 90% 이상 하락한 종목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급격한 주가 하락 여파로 많은 기업이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바이오 전반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다.
특히 올해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만큼 대표적 성장 업종으로 꼽히는 바이오에 대한 투자수요가 회복될 수 있단 분석도 제기된다. 또 전 세계적인 비만 치료제 열풍과 개발 기업의 폭발적인 주가 상승은 바이오에 대한 전반적인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리 인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R&D(연구개발) 경쟁력과 상업화 성과를 보유한 바이오 기업 위주로 주식시장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단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해 말부터 종근당 (109,100원 ▼1,400 -1.27%)과 레고켐바이오가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각각 약 1조7000억원, 약 2조2000억원 규모의 대형 기술이전에 성공하면서 K-바이오의 신약 개발 역량을 뽐낸 점도 기대할 만한 대목이다. 또 바이오에 대한 투자심리가 본격적으로 개선된다면 그동안 낙폭이 컸던 종목 위주로 저가 매수 성격의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비만 치료제가 주도한 신약 효과를 이어가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는 시장 환경도 기대할 만하다. 비만 치료제 선두주자인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뿐 아니라 국내외 많은 기업이 새로운 비만 치료제 개발 경쟁에 뛰어든 데다 ADC(항체약물접합체)를 비롯한 차세대 항암 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바이오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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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ADC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며 차세대 ADC 기술 개발에 대한 관심이 계속될 것"이라며 국내 기업 중 에이비엘바이오 (38,450원 ▼1,850 -4.59%)와 레고켐바이오 (127,900원 ▼2,800 -2.14%)를 선호주로 꼽았다.
또 아직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MASH라고 부르기도 한다)이나 비소세포폐암 등 영역에서 국내외 기업의 신약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임상 연구가 진전되면서 관련 시장의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라이릴리는 이달 7일 진행한 실적 발표에서 '젭바운드'(성분명 tirzepatide)의 MASH 임상 성공을 발표했는데 이는 'GLP-1/GIP dual agonist'가 MASH 적응증에서 효능을 입증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며 "젭바운드 MASH 성공을 통한 수혜는 GKP-1 관련 약물로 MASH를 개발하는 한미약품 (318,500원 ▼14,500 -4.35%)이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혜민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빅파마(대형제약사)는 여전히 적극적인 M&A(인수합병)와 라이선싱(기술도입) 전략 등을 추구하고 있는데 국내에선 기술력이 확실하고 구체적인 R&D 이벤트를 보유한 기업 위주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올해 주목할 만한 분야로 비소세포폐암과 ADC, 제형변경을 추천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 (1,059,000원 0.00%)와 한미약품, 유한양행 (145,100원 ▼8,900 -5.78%), 보로노이 (114,800원 ▲3,500 +3.14%) 등을 선호주로 제시했다.
오병용, 이준석 한양증권 연구원은 "올해 제약·바이오 시장의 화두는 비만과 MASH, 항암백신을 예상한다"며 "이와 관련한 주요 임상 결과 발표 등 일정에 따라 국내 기업의 주가도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