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 인도 얼린 냉장고는 '메이드 인 코리아'…삼성·LG 속도낸다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4.02.1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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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지혜 디자인기자/사진 = 이지혜 디자인기자


국내 양대 가전 제조사가 인도 냉장고 시장 굳히기에 나섰다. 인도 시장의 과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삼성·LG는 지속 투자로 시장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12일 업계와 시장조사기관 등에 따르면 올해부터 오는 2031년까지 인도 냉장고 시장의 연평균성장률(CAGR)은 10.2%다. 글로벌 평균성장률(4.1%)의 2배가 넘는 속도다. 인도는 인구 증가 속도가 빠르고 고온다습한 기후 특성상 고성능 냉장고 수요가 많아 시장 확대 속도가 가파르다.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하이엔드(고품질)·대용량 제품의 수요도 느는 추세다.



핵심 플레이어는 국내 기업이다. LG전자(31%)와 삼성전자(29%)가 1~2위를 다툰다. 미국 최대 가전기업 월풀(18%)이나 중국 1위 하이얼(6%)과도 격차가 벌어져 있다. 우수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 디자인이 긍정적 영향을 줬다. 인도 시장조사업체 애스튜트 아날리티카는 "강력한 이미지와 유통망을 갖춘 LG전자와 고품질의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냉장고 브랜드"라고 분석했다.

양사는 점유율 유지를 위해 현지 거점 확보에 속도를 낸다. LG전자는 지난해 인도 푸네 공장에 320억원을 투자해 양문형 냉장고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또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직접 뉴델리·노이다를 찾아 생산 능력 확충을 논의하는 등 지속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첸나이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냉장고 압축기 등 주요 부품을 생산하는 신규 생산라인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시장 확대는 침체되고 있는 중국시장을 대체라는 의미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리톤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냉장고 시장의 CAGR은 글로벌 평균보다 낮은 1.9%이며, 최근 2~3년간 지속 부진을 면치 못했다. 또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1~2선 도시의 인건비가 급속히 오르면서 생산 거점으로서의 가치도 떨어졌다.

냉장고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는 만큼 인도 시장에서 플래그십(고급형) 제품 출시가 잇따를 전망이다. 부피가 커 다양한 기능 탑재가 가능한 냉장고는 차세대 스마트홈의 핵심 기기다. 삼성전자가 2016년 업계 최초로 선보인 사물인터넷(IoT) 냉장고인 '비스포크 냉장고 패밀리허브 플러스'가 대표적이다. 32형 와이드 스크린이 탑재돼 인덕션이나 모바일과 연결이 가능하다.

인도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커지는 만큼 플래그십 제품의 판매 확대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뭄바이에 현지 첫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인 '삼성 BKC'를 개관하고 비스포크 패밀리허브 냉장고를 전시했다. LG전자는 생산거점을 토대로 점유율을 더 올릴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시장에서 저렴한 저가형 1도어·2도어 제품 대신 양문형 스마트 냉장고의 수요가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라며 "보급형 제품의 점유율을 기반으로 해 수익성이 높은 플래그십 시장에서 판매를 늘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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