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맞닿은 간암 세포, 3천 볼트 전기로 지져 없애…국내 첫 사례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02.0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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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의 신의료인]
70대 2기 간암에 국내 최초 '전기자극' 시술 성공
간문맥 등 장기 인접해 기존 열 치료는 어려워
전기로 암세포 구멍 뚫고 자연 사멸 유도
세브란스병원 "대상 암종 확대할 것"

혈관 맞닿은 간암 세포, 3천 볼트 전기로 지져 없애…국내 첫 사례


세브란스병원이 8일 70대 간암 환자에 고압 전기를 이용해 암세포에 구멍을 뚫어 없애는 비가역적 전기 천공법(IRE)을 적용, 성공적으로 시술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간암 2기 진단을 받은 76세 환자 A씨는 장과 간 사이의 혈관인 간문맥 등 주변 장기와 암세포가 맞닿아 있었다. 기존에 흔히 썼던 고주파나 극초단파 절제술 등 국소 암 절제술 방식은 높은 열로 인해 혈관을 비롯해 주변 장기 손상을 일으킬 위험이 있었다.



이에 영상의학과 김만득 교수, 소화기내과 김도영 교수는 국소 암 절제술 가운데 앞서 40여명의 췌장암 치료에 활용했던 IRE를 적용하기로 했다. 암 주변 피부에 2㎜ 정도 틈을 만들어 침을 꽂고, 일반 가정용 콘센트(220볼트)의 10배 이상인 최대 3000볼트의 고압 전기를 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치료법이다. 암 세포막에 아주 미세한 크기의 구멍이 여러 개 생기는데 이에 따라 세포 안팎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종양이 자연 사멸한다. 열에너지를 만들지 않고 암세포를 정밀 타격해 주변 혈관과 조직 손상이 덜하다.

혈관 맞닿은 간암 세포, 3천 볼트 전기로 지져 없애…국내 첫 사례
국소 암 절제술은 IRE를 비롯해 고주파 절제술(Radiofrequency ablation), 극초단파 절제술 (Microwave ablation), 냉동 절제술(Cryoablation)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3000~3500건의 시술이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는 간암, 신장암, 폐암 등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지만 수술에 버금가는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된다. 특히 간암(원발성 혹은 대장암으로부터 전이, 3cm 이내, 3개 이내)은 수술과 거의 대등한 치료 성적을 기록한다. 보통 고주파, 극초단파 절제술이 사용됐는데 IRE가 간암 환자에게 사용된 것은 김만득 교수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이다.

IRE는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로 지정된 인정 비급여(시술은 합법적으로 가능하지만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는 상태)로 현재는 국소 암 절제술 중 비용이 가장 비싸다.

A씨의 시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현재 퇴원해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병원은 전했다. 김도영 교수는 "암 병변이 간문맥과 닿아 있어 기존의 열을 이용한 치료법이 아닌 치료 부위만 타깃할 수 있는 비가역적 전기 천공법을 시행했다"며 "앞으로 외래 진료를 통해 환자를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만득 교수는 "비가역적 전기 천공법은 미국에서 개발돼 현재는 유럽 등 선진국에서 암 환자 치료에 사용하는 치료 기술"이라며 "이번에 간암 환자에 국내 최초로 시행한 만큼 앞으로도 대상 암종을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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