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조원' 배터리 보조금 없어질까…트럼프 당선땐 무슨일이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4.02.11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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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4년 1월 27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 앞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론다 처칠 뉴스1 /사진=이혜미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4년 1월 27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 앞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론다 처칠 뉴스1 /사진=이혜미


"싱크탱크 네트워크를 활용해 도널드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공화당 인사들을 포함한 현지 주요 인사를 대상으로 아웃리치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워싱턴 지부장이 지난 6일 '주요 시장별 수출 확대 전략 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무협의 10개 해외지부장이 온라인으로 함께 한 회의였다.



제 지부장은 "향후 우리 기업의 대미 수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는 미국 대통령 및 상·하원의원 선거 결과"라며 "우리 기업은 주요 대선 후보의 경제·통상 관련 공약을 사전에 살펴보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 연말 예정된 미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세론'이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한 상황 속에서 선제적 대응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될 경우 보호주의 무역의 파도가 휘몰아칠 게 유력하다. 그는 최근 "모든 자동차는 미국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며 관세 조치를 예고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유럽에 최소 10%에 달하는 징벌적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 보도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K-배터리 기업들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IRA(인플레이션방지법) 폐지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IRA 드라이브'에 발맞춰 수백조원을 투자해 북미 생산거점을 만들고 있는 배터리 3사 입장에서는 반길 상황이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지난해에만 IRA에 따른 AMPC(생산세액공제)를 각각 6000억원 넘게 수령했다. 내년부터는 '조 단위'의 혜택이 기대되는데, IRA가 폐지된다면 북미 경영 계획에 타격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무협은 미 정부에 이런 기업들의 우려와 입장을 전달했다. 정만기 부회장을 단장으로 하는 사절단은 지난달 미 의회와 상무부를 찾아 "연말 대선에서 공화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는 경우 그가 언급한 IRA의 폐지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셸 스틸(Michelle Steel) 미 공화당 하원의원은 사절단에 "공화당은 IRA(인플레이션감축법) 폐지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며 "기업의 탄소중립 전환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여 지원 규모의 점진적 축소 등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지원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헤더 에반스(Heather Evans) 미 상무부 차관보는 "전기차나 배터리 등 탄소 중립 노력은 정권 교체 여부와 관계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 관계자들이 밝힌 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대권을 잡는다고 해도 IRA의 폐지와 같은 극단적인 정책은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의 정책은 '의회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기본이기 때문이다. 대신 스틸 의원이 밝힌 대로 일부 조항 및 품목에 대한 혜택 축소는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다. 전략적 아웃리치 등을 통해 충분히 공화당 측과 소통하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중심의 트렌드는 이미 전세계적인 대세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 한 명이 모두 바꿀 수 있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며 "민관이 합심해서 IRA 수정과 같은 현실적인 변화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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