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새벽 중국 베이징에 사실상 첫 눈이 내린 가운데, 아침 출근길 중국 직장인들이 채 제설되지 않은 횡단보도에서 힘겹게 걸음을 옮기고 있다. 중국 경제는 코로나19 리오프닝에도 불구하고 회복세로 접어들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말 간 발표된 소비자물가 등 경제지표도 급락, 우려를 더하고 있다. /사진=우경희 기자
중국 국가통계국은 1월 중국 CPI(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0.8% 떨어지며 넉 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고 8일 밝혔다. 이는 14년여만에 가장 가파른 하락세로 시장 전망치인 -0.5%를 큰 폭으로 하회한 수치다.
일반적으로 물가가 떨어지면 소비가 늘어날 것 같지만 시장에선 정 반대 상황이 펼쳐진다. 가계 가처분소득 감소와 소비심리 위축이 선행하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현금을 보유하려는 수요가 늘어 반드시 필요한 지출이 아니면 포기한다. 장기 물가하락이 내수경기의 극심한 부진을 뜻하는 이유다. 이는 소비자경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1월 CPI 하락을 주도한건 돼지고기 등 신선식품인데 돼지고기 값은 전년 동월 대비 17.3%, 야채와 과일 가격은 각각 12.7%와 9.1% 빠졌다. 통상 춘제 연휴 기간을 앞두고 해당 품목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금 중국의 CPI 흐름은 여러모로 부자연스럽다.
블룸버그는 지난 4일 "중국 돼지고기값이 전년 대비 5분의 1이나 내렸는데, 판매량은 3분의 1 줄었다"며 "임금 하락으로 중국 가계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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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서비스 물가가 상승한 점이 긍정적 요소다. 서비스 물가는 0.5% 상승했는데, 가사 서비스와 기타 서비스 가격이 각각 3.5%, 2.4% 상승하며 전체 상승세를 주도했다. 관광 물가는 1.8% 하락했다. 특히 항공권 가격은 13.6%나 하락했다.
PPI 16개월 연속 하락도 중국 내에선 심각한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생산수단 가격이 3.0% 빠졌고 생활자재 가격은 1.1% 하락했다. 주요산업 중에서는 석탄 채굴관련 가격지표가 16.0%, 화학원료 및 제조업 가격이 6.1% 하락했다. 전자기계 및 장비제조업 물가는 4.2%, 컴퓨터통신 등 전자장비 제조업 물가는 3.0%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