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4사, 2년 연속 '탈중국'…수출 1위는 어디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2024.02.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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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2022년 1위로 급상승…작년에도 최고
중국, 부동의 1위였지만…2022년 4위→2023년 5위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판매가격이 5주 내리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12일 서울 노원구의 한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2023.11.12.[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판매가격이 5주 내리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12일 서울 노원구의 한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2023.11.12.


국내 정유 4사의 중국 의존도가 점차 줄고 있다. 이들 기업은 호주, 일본 등 수출 국가를 다변화하면서 중국의 빈 자리를 채워나가고 있다. 중국은 그 동안 한국이 가장 많은 석유제품을 수출하던 국가였다.

12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S-OIL)·현대오일뱅크)의 석유제품 수출액은 464억 달러(61조원)였다. 호주향 수출액이 105억 달러(전체 수출액의 18.3%)로 가장 많았고, 싱가포르(54억 달러·12.4%), 일본(46억 달러·9.9%), 미국(43억 달러·9.3%), 중국(35억 달러·7.5%) 등이 그 뒤를 따랐다.



중국 순위(5위)가 전년보다 1계단 더 하락했다. 중국은 2016년부터 6년 연속 국내 최대 석유제품 수출국가였다. 2위 아래로 떨어진 적도 1993년 이후 없다. 하지만 2022년 돌연 순위가 4위로 떨어졌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목표로 강력한 봉쇄정책을 폈던 영향이다.

국내 정유업계는 수출국가를 다변화하면서 중국의 공백을 메웠다. 이때 수출액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국가가 호주다. 호주는 브리티시 페트롤리움(BP), 엑슨모빌의 정유공장 폐쇄로 발생한 공급 부족을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국내 정유업계는 발 빠르게 호주향 수출을 늘렸다. 호주는 작년과 재작년 한국이 가장 많은 석유제품을 수출한 국가가 됐다.



호주가 국내 정유업계를 택한 것은 두 가지 요인 때문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러시아산 원유 비중이 5% 미만으로 낮고, 한국이 양질의 석유제품을 대량으로 지속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점이다.

당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서방을 중심으로 '노 러시아' 기조가 확산했다. 각국은 러시아 원유를 쓰지 않는 석유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국내 정유업계의 석유 정제능력도 약 357만 배럴(2021년 기준)로 하루 석유 소비량(280만 배럴)을 상회했다. 기본적으로 정제능력이 뛰어난데 중국까지 시장을 봉쇄하면서 공급가능 물량이 더욱 충분했던 것이다.

중국 시장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있었던 지난해에도 중국향 수출액은 크게 뛰지 않았다. 액수는 물론 물량도 모두 줄었다. 2022년보다 2023년 중국 의존도가 감소한 것이다.


'탈중국' 현상은 국내 정유업계에 '중국 시장 없이는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보다 다양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이미 국내 정유사는 일본·중국 등 아시아 뿐만 아니라 미국·프랑스·영국 등 서구권, 앙골라·케냐 등 아프리카, UAE(아랍에미리트)·오만·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 석유제품을 수출한다. 수출국가만 2021년 58개에서 2022년 64개, 2023년 70개로 빠르게 늘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올해도 정유산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수출하고 수출국을 다변화해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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