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수억원어치" 정부 문 두드렸지만…줄도산 위기 이 업계 신음

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2024.02.1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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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충남 서산의 종이빨대 회사 누리다온 공장의 생산설비들에 압류표목(빨간딱지)이 붙어 있다. 지난 7일 해당 설비들의 1차 경매가 진행됐다. 누리다온은 지난해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될 것을 예상해 설비를 증설했지만, 규제가 예고없이 무기한 연기되는 바람에 투자금이 고스란히 손실로 변했다./사진=김성진 기자.지난 5일 충남 서산의 종이빨대 회사 누리다온 공장의 생산설비들에 압류표목(빨간딱지)이 붙어 있다. 지난 7일 해당 설비들의 1차 경매가 진행됐다. 누리다온은 지난해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될 것을 예상해 설비를 증설했지만, 규제가 예고없이 무기한 연기되는 바람에 투자금이 고스란히 손실로 변했다./사진=김성진 기자.


플라스틱 사용 규제가 예고 없이 무기한 연기돼 줄도산 위기를 겪는 종이빨대 업계가 수억원 어치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정부 청사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도 영업을 하지만 전부 외면당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부 종이빨대 업체는 총 7000만개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웹사이트 '유온멀티샵'에서 지난해 12월부터 공동판매를 실시하고 60곳이 넘는 전국 구청,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카페 등에 수백차례 영업 전화를 하지만 주문은 한 건도 없는 상황이다. 한 참여업체 임원은 "관공서에 입점한 카페는 종이빨대를 써주지 않겠냐는 마음으로 여러곳에 전화했지만, 이제는 거의 포기 상태"라고 말했다.

업계는 지난해 11월 플라스틱 사용 규제의 유예기간이 끝날 것을 예상해 설비 증설, 생산 인력 추가 채용을 거쳐 재고를 비축했지만, 환경부는 유예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업계는 환경부 홈페이지에 규제 시행이 포스터 등으로 공지돼 있고, 담당자와 통화에서도 "변동이 없다"는 답을 받아 규제 연기에 대응할 수 없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주문이 제로로 급감하고 주문 취소·반품이 쏟아져 업계는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실제로 충남 서산의 누리다온은 이달 들어 기업 청산 서류를 준비하고 있다(관련 기사 : [단독]"3개월째 매출 0원, 자식 적금도 깼다"…종이빨대 회사 첫 도산). 누리다온은 대출금 1억8000만원을 상환하지 못해 압류표목(빨간딱지)이 붙은 생산 설비 일부의 1차 경매가 지난 7일 진행된 상황이다.

업계는 정부 청사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 입주한 식당, 카페만이라도 종이빨대 재고 소진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들도 주문을 하지 않는 실정이다. 업계는 재고 소진과 더불어 △정책자금 조성 △판로 지원을 요구하며 지난해 11월 24일 마지막 간담 이후로 환경부에 80일 가까이 추가 간담을 요구하지만 일정은 잡히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업계 요구에 관한 답변을 내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종이빨대 업체는 소상공인 지원사업을 신청하면 우대가점을 주기로 했지만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한지만 누리다온 대표는 "직원들 인건비를 지급하느라 개인대출을 받고, 신용등급이 크게 하락한 상황에 우대가점은 효용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종이빨대 업체 임원은 "예고 없는 규제 연기로 사업 정상화가 불가능한 상황에 일시적인 지원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업계는 환경부가 종이빨대 산업의 피해를 가늠할 현장 점검 등을 안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간담회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환경부 국장급 간부와 했던 2차 간담회 이후에도 실효성 있는 대책이 뒤따르지 않아 장차관급과의 추가 간담회, 명확한 규제 연기 종료 시점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업계를 지원할 추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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