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공포' 떠오르네…'주가 60% 폭락' NYCB, 신용등급도 추락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4.02.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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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용 부동산 영향 일주일 새 주가 60%↓,
피치·무디스 신용등급 각각 1·2단계 강등…

/로이터=뉴스1/로이터=뉴스1


미국 지방은행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가 부동산 대출 부실 손실로 위기에 직면했다. 주가는 최근 5거래일 중 4거래일이나 두 자릿수 폭락을 기록하며 1997년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고, 국제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도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3월 '금융위기' 불안을 고조시켰던 지역은행 실리콘밸리뱅크(SVB)의 파산 사태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한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NYCB의 신용등급을 기존 Baa2에서 투자부적격 등급인 Ba2로 두 단계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NYCB가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 뉴욕 사무실·다세대 부동산 등과 관련해 "다각적인 재무위험과 거버넌스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등급 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또 은행의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악화하면 추가 하향 조정에 나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다른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지난 2일 비슷한 이유로 NYCB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내렸다. 당시 피치는 "2건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관련 손실과 대손충당금 증가와 관련해 구체적인 조치를 담은 지난해 4분기 실적 보고서를 NYCB 신용등급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NYCB는 지난달 31일 실적발표에서 지난해 4분기에 2억5200만달러(약 3347억8200만원)의 예상치 못한 순손실을 기록하고, 대손충당금이 시장 예상보다 10배 많은 5억5200만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팬데믹 기간 늘어난 재택근무로 인한 공실률 증가와 팬데믹 이후 높아진 고금리에 허덕이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와 건물주들은 5%대까지 높아진 금리에 이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수요까지 급감하자 궁지에 몰렸고, 부동산 관련 대출에 참여했던 은행들은 이들의 대출금 상환 불가, 손실 확대 등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CNN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사무실 공실률은 19.6%로 역대 최고치에 달했다.



'SVB 공포' 떠오르네…'주가 60% 폭락' NYCB, 신용등급도 추락
NYCB는 신용평가사의 연이은 신용등급 강등에도 큰 충격이 없을 거라는 입장을 내놨다. 은행은 무디스 발표 이후 내놓은 성명에서 "이번 신용등급 강등이 (은행의) 계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무디스를 포함한 다른 신용평가사들이 은행의 예금 등급은 여전히 '투자적격'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상업용 부동산 문제로 매우 스트레스를 받는 금융기관들이 일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국이 상업용 부동산이 은행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오랫동안 지켜봤다며 이번 사태도 관리 가능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이를 신뢰하지 못하며 연일 NYCB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 NYCB 주가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5거래일 동안 60%가량 떨어져 1997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밀렸고, 시가총액은 45억달러(5조9751억원) 증발했다. 6일만 보면 전일 대비 22.22% 급락한 4.20달러를 기록했다. NYCB 폭락 여파에 KBW지역은행 지수도 추락해 올해 하락률이 14%에 달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사태로 지난해 3월 SVB 파산으로 불거진 지역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새롭게 확산하고, 이에 따른 금융위기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지역은행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는 과도한 우려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며 "NYCB 사태가 이런 위기로 퍼질 거란 조짐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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