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만 해도 의사가 성범죄나 강력범죄를 저질렀어도 면허까지 취소될 근거는 없었다. 게다가 수년 전까지만 해도 면허가 취소됐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재교부 신청 후 발급받을 가능성이 100%에 가까웠다. 의사 면허가 '방탄 면허', '철밥통 면허', '불사조 면허'로 불린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의 업무개시명령도 총파업을 진행하려는 의협에겐 걸림돌이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 휴업 또는 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으면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 의료법(88조, 59조 3항)에 따르면 의료인 및 의료기관 개설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개시명령에 응하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 혹은 3000만 원 이하 벌금형(형사처벌)에 처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정부 발표가 예정된 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2.06.
이런 요건을 검증할 만한 기준이 애매모호한 탓에 2019년만 해도 의사 면허 재교부 비율은 100%였다. 하지만 범죄자가 버젓이 의사로 근무하는 데 대해 사회적 공분이 일면서 재교부 심사 구조가 강화됐다. 본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연도별 의사면허 재교부 신청 및 결과'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00%였던 의사면허 재교부 비율이 2020년 85.5%, 2021년 41.8%, 2022년 32.9%, 지난해(3월 기준) 20%로 꾸준히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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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의사면허 취소자가 면허를 다시 발급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2020년 면허 재교부 심의제도 도입 이후 기준 평균 138.7일, 약 4.6개월로 비교적 짧았다. 현재 의료법 하에서는 면허가 취소돼도 3년이 지나면 의사면허 재교부 신청이 가능하고, 신청이 거부되더라도 다시 재교부를 무제한 신청할 수 있는 허점은 남아있다.
취소 후 1~10년간 재교부 X, 40시간 이상 교육받아야 취소된 면허를 재발급받기 위한 요건은 한층 더 강화했다. 지난해 11월 20일 시행된 '의료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에 따르면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은 면허 재발급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40시간의 의료윤리 교육 등을 이수해야 면허를 다시 받을 자격이 생긴다. 면허가 취소된 의사는 자비를 내고 환자 권리 이해 등 관련 교육을 40시간 이상 받아야 한다. 교육 비용은 전액 교육받는 사람이 부담한다. 교육프로그램 실시기관의 장은 교육을 이수한 자에게 이수증을 발급하고, 교육실시 결과를 복지부 장관에게 제출하면 면허를 다시 발급받을 수 있다.
단,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이 교육 프로그램만 이수한다고 해서 면허를 재교부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면허 재교부를 심의하는 위원회 전체 위원 9명 중 과반인 5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복지부는 연구 용역을 거쳐 연내 면허 재교부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면허가 한 번 취소된 의료인은 취소 사유에 따라 적게는 1년간, 길게는 10년간 재교부 신청을 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복지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에 대한 교육을 통해 의료인의 윤리의식을 제고하고, 면허 재교부 후 다시 위법행위로 인해 반복해 면허취소가 되는 사례를 방지해 의료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보건복지부 내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즉각 운영, 긴급 회의를 통해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발표에 따라 즉각적인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제공) 2024.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한편 정부는 6일, 의료법 제59조에 따라 대한의사협회 집행부 등에 대해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를 명했다. 정부는 "명령을 위반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주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행정 처분, 고발 조치 등을 통해 법에서 규정한 모든 제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위반한 경우 의료법에 따른 면허 정지 처분받거나 형법상 업무방해죄, 이에 대한 교사 방조범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복지부는 이날 의협이 '총파업'을 거론하자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경계'로 상향했다. 7일에는 시·도 보건국장 회의를 열고 각 지자체에 비상 진료 대책 상황실을 설치하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의료인들도 정부와 마찬가지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분들이기에 환자의 곁을 지켜주길 바란다"면서도 "만에 하나 불법적인 행동을 한다면 법에 부여된 의무와 원칙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