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우리의 동강할미꽃은 우리가 지켜야죠

머니투데이 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 2024.02.08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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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이 벌써 지났다. 가슴 설레게 하는 봄꽃은 매화가 봉오리를 터트리며 그 시작을 알리고 산수유, 벚꽃, 복사꽃, 진달래 순으로 봄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오늘은 흔히 볼 수 있는 봄꽃 이야기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피는 '동강할미꽃'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동강할미꽃은 3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만 강원 정선의 석회암 절벽(뼝때·강원도 사투리)에 핀다. 보통 할미꽃은 고개를 숙이고 땅에서 피지만 동강할미꽃은 고개를 꼿꼿이 들고 정선 귤암리 강변마을 절벽바위 틈에서 피어난다.

강원도 동강 유역의 산 바위틈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으로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생육환경은 석회질이 많은 바위틈에서 자라며 키는 약 15㎝며 7~8장의 작은 잎으로 돼 있고 잎 윗면은 광채가 있고 아랫면은 진한 녹색이다. 꽃은 연분홍, 붉은자주, 청보라색이고 처음에는 위를 향해 피었다가 꽃자루가 길어지면서 옆을 향한다.



동강할미꽃을 보고 있으면 갓 태어난 보라색 새끼 새가 어미에게 모이를 받아먹듯 쭈뼛쭈뼛 고개를 쳐들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앙증맞은지 모른다. 보는 사람마다 제각기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우리나라 야생화 학명 중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이름이라 90% 정도가 일본 사람의 이름이 붙여졌다. 심지어 우리나라 자생 야생화임에도 일본 사람들의 이름이 붙여졌다. 하지만 이 동강할미꽃의 학명은 'Pulsurtilla tongkanggensis Y.N.Lee et T.C.Lee'다. 1997년 생태사진가 김정명님이 최초로 촬영해 2000년에 한국식물연구원 이영노 박사님이 '동강'이라는 이름을 붙여 세상에 알려진 동강할미꽃은 전 세계에서 귤암리의 석회암 뼝때에서만 자생하는 자랑스러운 한국 특산 다년초 식물이다.

동강은 5억년 전쯤에는 적도 부근의 바다 속이었다고 전해진다. 석회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허리가 구부러지지 않는 세계 유일종이며 아주 귀한 식물이다.


하지만 귀한 동강할미꽃이 일부 몰지각한 사람에 의해 수난을 겪고 멸종위기에 처했다. 사진 한 컷을 찍겠다고 할미꽃 밑에 있는 부모의 싹을 잘라내는 사람부터 사진의 배경을 인위적으로 만들려고 꽃 뒤쪽 절벽에 검은색 래커로 칠하는 경우도 있으며 사진을 찍고 그 꽃을 누가 찍을까 봐 밟아버리거나 꺾고 가는 경우도 있다. 트럭에 사다리까지 갖고 와서 바위에 걸치고 주변을 삽으로 파내고 사진을 찍는 경우도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동강할미꽃은 현재 수량이 예전의 30%도 안 된다고 한다. 이곳에 신작로를 내기 위해 원래의 길에 5m를 흙으로 덮어버렸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건 어차피 지난 일이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동강할미꽃을 무조건 보존해야 한다.

동강할미꽃마을(귤암리마을)에서 서덕웅 회장을 필두로 자체적으로 만든 동강할미꽃보존회의 필사의 노력으로 지금까지 겨우 보존됐다. 동강할미꽃마을 홈페이지의 동강할미꽃소식이란 게시판이 눈에 띄었다. 그 게시판의 글 중 '동강할미꽃이 아파요' '정말로 나쁜 놈의 손길'이란 게시글이 눈에 들어왔다. 서덕웅 회장이 쓴 글인데 내용을 보면 참으로 가슴이 아픈 절규의 워딩이었다. '동강변에서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더 참혹한 일이 오늘도 벌어지고 있다'며 글을 이어갔다. 그 내용은 봉오리를 터트려 이제 막 핀 동강할미꽃을 보고 감격해 점심을 먹고와서 꽃을 보러온 관람객에게 보여주려고 하는데 그 사이 뿌리째 뽑혀 있는 모습을 보고 화가 몹시 났다는 사진과 글이다. 제발 현장에서 잘 살 수 있도록 그냥 놔둬달라는 신신당부의 글이다. 이 글을 읽은 모든 분과 동강할미꽃을 아는 모든 사람에게 보존하고 아껴주길 목 놓아 부탁드린다. 우리의 것을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지킬 수 있을까. 비단 동강할미꽃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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