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직접 몰다가 추락…'억만장자' 칠레 전 대통령 피녜라 사망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24.02.07 10:34
글자크기

2년 전 퇴임한 우익 억만장자, 항공기 조종 중 사고…
보릭 대통령, 발파라이소 산불 이어 애도기간 선포

6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칠레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후 국민갱신당 본부에서 지지자들이 애도하기 위해 모여 있다. /사진=로이터통신6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칠레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후 국민갱신당 본부에서 지지자들이 애도하기 위해 모여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칠레의 억만장자이자 2년 전 퇴임한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라틴아메리카 우파의 주요 인물인 피녜라 전 대통령(74세)은 가족 소유의 별장이 소재한 칠레 남부 로스 리오스 지역의 랑코 호수에서 자신이 직접 몰던 헬기가 추락해 운명을 달리했다. 그의 가족 한 명을 포함한 다른 탑승자 3명은 생존했다.

카롤리나 토하 칠레 내무부 장관은 이 소식을 직접 전하며 가브리엘 보릭 대통령이 칠레에 "국가 장례식과 국가애도기간 선포"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칠레는 지난주 중부 발파라이소 지역에서 발생한 심각한 산불로 최소 131명이 사망, 5~6일 이틀의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한 상태다.



피녜라는 2010~2014년, 2018~2022년까지 칠레 대통령을 지내며 자유시장 정책과 혁신,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해 칠레를 세계 선진국 대열에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포브스에 따르면 피녜라는 2018년까지 28억 달러의 재산을 모아 칠레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했다. 그는 1970년대에 칠레에 신용카드를 일찌감치 도입했고, 칠레 최대 항공사인 라탐 항공에 초기 투자해 큰 부를 일궜다.



정치인으로서 피녜라의 마지막은 순조롭진 않았다. 두 번째 대통령 임기(2018~2022년) 중인 2019년 10월에는 빈부격차 확대와 생활 물가 급등으로 인한 수개월에 걸친 국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폭동으로 이어졌다. 폭동 진압 초기 군대를 투입해 강경 대응하면서 비난을 사기도 했다. 피녜라는 칠레 번영의 토대를 마려한 '경제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원했으나 비평가들은 그를 중요한 공공 서비스를 소홀히 한 귀족 과두 정치인으로 묘사한다.

결국 칠레 국민들은 2021년 대선에서 전 학생 시위 지도자인 보릭(좌익-극좌, 존엄성인정연합)을 대통령으로 뽑아 좌파로 돌아섰다. 칠레가 공산주의파를 집권 여당에 끌어안은 것은 1970년대 초 살바도르 아옌데 시대 이후 처음이다. 피녜라가 지지하는 우파 후보 세바스티안 시첼은 1차 투표에서 탈락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