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성능·재활용' 초점…외산보다 '국산' 혜택 우위

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2024.02.07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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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
중국산 LFP 배터리 장착 테슬라 '모델Y' 등 타격 불가피
주행거리 규정 세분화, 1회 충전 500km 초과시 전액 지급

배터리 '성능·재활용' 초점…외산보다 '국산' 혜택 우위


정부의 올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기준은 배터리의 성능과 에너지밀도, 재활용성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정 배터리 성분이나 제조사를 겨냥한 게 아니라 보다 싸고 성능좋은 차량 출시를 유도하겠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지만 결과적으로 국내 제조사에 유리하고 외산 제조사에는 불리한 구조다. 지난해 도입한 AS(사후관리) 역량에 따른 차등 규정도 강화한 만큼 국산 밀어주기 논란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6일 환경부가 공개한 2024년도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에 따르면 정부는 배터리 에너지 밀도와 자원순환성에 따라 최대 40%까지 성능보조금을 깎도록 했다. 배터리의 ℓ(리터)당 전력인 Wh(와트시) 기준으로 에너지 밀도를 재고 500Wh 초과 시 보조금을 전액 주는 방식이다. 또 배터리에 포함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 유가금속의 가격총계를 내 1㎏당 2800원 기준으로 차등 삭감하기로 했다.



지난해 1회 충전 150㎞ 미만 주행 시 20% 줄였던 주행거리 보조금 규정도 세분화했다. 500㎞ 초과 주행 시엔 성능보조금 100%를 주고 400~500㎞구간은 10㎞당 2만8000원씩, 400㎞미만은 6만원씩 보조금을 깎는다.

테슬라 '모델Y' /사진=뉴스1   테슬라 '모델Y' /사진=뉴스1
이번 기준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차종 중 하나는 테슬라의 '모델Y'다. 테슬라는 지난해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전액 지급 기준인 5700만원보다 1만원 싼 5699만원에 모델Y 세부모델을 국내 출시했다. 대신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비해 가격이 싼 LFP(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했다. 그덕에 '모델Y RWD' 구입 시 국고보조금 514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모델Y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350㎞에 불과하다. 환경부의 주행거리 기준을 적용하면 성능보조금이 90만원 깎인다. 여기에 NCM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 재활용성이 떨어지는 LFP 배터리 특성상 추가로 보조금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처음 도입한 국제 표준 OBD(운행기록 자기진단장치) 장착 보조금 20만원 역시 테슬라 차종엔 지원되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제조사 역시 저가 전기차 모델에 LFP 배터리를 사용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이번 환경부의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은 '비싼 차에 보조금을 몰아준다' 혹은 '국산차 밀어주기'라는 비판소지가 있다.

실제로 제조사의 AS 운영 형태와 충전기 설치 실적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지급한 지난해의 경우 현대차의 아이오닉 5·6와 기아차의 EV6만 최대치로 보조금을 받았다. 온실가스 감축과 대기질 관리를 위해 전기차 보급을 확대한다는 제도 취지와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배터리 제조사에 재활용 비용을 부담하는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을 운영하는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사용 후 배터리의 경제적 가치에 따라 재활용 여부가 갈린다"며 "값싼 배터리가 그대로 버려질 경우 처리비용을 부담하게 할 제도가 없다는 특수성을 감안해 자원순환성에 따른 보조금 차등 규정을 뒀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이 역내 생산 전기차와 배터리에 보조금을 몰아주는 상황에서 우리 배터리 업계를 보호하기 위한 전기차 보조금 설계는 어느정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은 앞서 IRA(인플레이션감축법)을 통해 중국기업 등 외국우려기업(FEOC)에서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 조달 시 보조금을 주지않기로 했다. 프랑스는 선박 운송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도 보조금 지급 기준에 넣어 사실상 유럽 내 생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환경부가 수입차 브랜드의 반발을 감수하더라도 배터리·AS·충전기 설치실적 등 요소를 도입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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