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태우자 '불기둥' 활활…'34% 급등' 이 종목 들썩인 이유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홍순빈 기자 2024.02.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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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유니셔티브, 한국증시 레벨업 사다리 놓다 (下)

편집자주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에 'Yoonitiative(윤석열 대통령+이니셔티브)' 용어가 등장했다. 정부가 국내 상장사들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노력에 본격 착수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가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배당과 자사주 제도개선 등 주주친화정책이 확대되면 투자저변을 넓히기 위한 기존 정책과 새로운 시너지가 기대된다. 유니셔티브가 코스피 3000시대의 사다리가 될 지 세계가 주목한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주주환원으로 재평가되는 종목은?
자사주 태우자 '불기둥' 활활…'34% 급등' 이 종목 들썩인 이유


최근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확대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내놓은 기업의 주가가 불기둥을 세웠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으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테마가 주목받는 가운데 호실적을 바탕으로 주주환원 의지를 드러낸 기업의 주가가 재평가를 받은 것이다.

주주환원책으로 주가가 급변한 대표 종목은 기아(PBR 1.03배)다. 기아 (118,200원 ▲1,600 +1.37%)는 최근 8거래일간(1월25일~2월5일) 34.58% 오르면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4.92%)을 훌쩍 웃돌았다. 주가는 5일에도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달 31일에는 2001년 이후로 23년만에 현대차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6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 배경에는 호실적이 있었다. 기아는 지난달 25일 처음으로 영업이익 10조원을 넘기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배당금을 전년 대비 2100원 올린 5600원(배당률 약 6%)으로 결정했다.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해 올 상반기 50% 소각하고 3분기 재무 목표를 달성하면 50%를 추가 소각하기로 했다.

기아와 한지붕 식구인 현대차(PBR 0.68배)도 호실적과 주주환원책 발표로 주가가 훌쩍 뛰었다. 현대차 (249,500원 ▼500 -0.20%)의 주가는 최근 8거래일간 28.64% 오르면서 마찬가지로 코스피 상승률을 훌쩍 웃돌았다. 앞서 현대차는 앞으로 3년 동안 매년 전체 발행 주식의 1%(약 210만주)를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물산 (151,100원 ▲1,000 +0.67%)(PBR 0.78배)도 과감한 주주환원책으로 주가가 급등했다. 삼성물산의 주가는 최근 8거래일간 27.25% 뛰었다. 올해 배당 정책 내에서 최대 지급률을 적용한 보통주 주당 2550원, 우선주 주당 2600원을 배당한다고 밝혀서다. 이에 더해 현재 보유 자사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보통주 780만8000주와 우선주 전량을 소각할 계획이다.

저PBR주 중에서도 세 종목이 강세를 보인 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주주환원책에 대한 개선 덕분이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팩트셋과 KB증권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평균 한국 상장사의 총주주환원율은 29%로 미국(92%), 미국 제외 선진국(68%), 신흥국(37%), 중국(32%)을 밑돌았다. 총주주환원율은 배당과 자사주매입의 합을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이다.

증권가에서는 저PBR주가 테마화된 가운데 중장기적인 주가를 결정할 핵심 요인은 주주환원 가능 여부와 실행력이라고 봤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아와 현대차의 주가 강세를 진단하며 "현재 트렌드는 주주환원이 핵심"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 일본, 한국 모두 실적 기반의 주주환원을 하는 기업에 대해 투자자는 서프라이즈 주가 상승으로 화답했다"라고 했다.


결국 저PBR 종목이 지속적으로 주목 받으려면 기업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PBR이 낮은데 기대감만으로 오른 종목의 주가는 테마 움직임에 그칠 수 있다"이라며 "반면 돈을 잘 벌어 PER(주가수익비율)이 낮고 주주환원 의지가 확고하고 배당수익률이 높거나 높아질 기업의 재평가 가능성은 높아보인다"라고 평했다.

"아직도 에코프로의 50분의 1, 싸다"…가치투자 대가들의 조언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가치주, 아직도 에코프로의 50분의 1 가격이다."

최근 시작된 '저PBR' 장세를 바라본 가치투자의 대가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의 분석이다. 김 대표는 대학생 때부터 25년이 넘도록 K-주식에 투자한 스타 펀드매니저다. 시장이 외면하던 우량 저평가 기업을 찾는 이른바 '가치투자'로 유명하다.

김 대표는 여전히 저평가 가치주들의 주가는 싼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우량 지주사들은 시장의 외면을 받았지만 그간 계속해서 막대한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꾸준한 배당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니셔티브'로 인해 드디어 이런 기업들이 빛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국 증시는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증시 대비해서 가장 저평가돼 있었고 이번 정책 발표로 당연한 정상화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며 "실제로 PBR(주가순자산비율) 기준 0.2배, 0.3배였던 기업들이 지금까지 각각 0.3배, 0.4배가 되는 등 많이 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기업가치 100배 넘게 평가받던 성장주들이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주주환원을 제대로 하는 저평가 기업들로 시장의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사진=뉴스1 제공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사진=뉴스1 제공
김 대표뿐 아니라 1세대 가치투자 대가들도 지주, 금융 등 가치주들의 재평가가 시작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면 기업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주주환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가치투자 대가'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꾸준한 실적을 내면서 PBR이 낮은 기업들을 찾아 투자기회를 노리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낮은 PBR에 지속적인 성장과 자사주 소각, 배당 등을 통한 주주환원이 꾸준히 이뤄지는 기업들을 진정한 저평가 가치주라고 봤다.

이 의장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촉매제가 돼 이번 가치주 장세가 만들어졌다"며 "안정적인 수익과 자산 가치를 가진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가치 평가 지표들뿐 아니라 지속 성장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지 여부도 이들의 상승세를 뒷받침해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PBR이 낮다는 것만 고려해 투자에 나서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PBR이 낮다는 건 이익 대비 자본 규모가 커 향후 ROE(자기자본이익률) 개선 가능성이 높다는 걸 뜻하기도 하지만 기업이 그만큼의 이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의장은 "단순히 PBR이 낮다는 것만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면서 "아직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 실행방안이 안 나왔기에 기업가치를 제고하려는 기업들의 의지와 거버넌스를 먼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지주, 금융, 자동차주들은 저PBR 상승 랠리 덕분에 주가가 많이 올라갔다. 그만큼 PBR도 높아졌다. 5일 기준 관련 기업들의 PBR은 △현대차 (249,500원 ▼500 -0.20%) 0.71배 △기아 (118,200원 ▲1,600 +1.37%) 0.9배 △KB금융 (76,000원 ▲6,700 +9.67%) 0.78배 △하나금융지주 (60,000원 ▲3,400 +6.01%) 0.66배 △삼성생명 (88,800원 ▲2,400 +2.78%) 0.72배 △삼성물산 (151,100원 ▲1,000 +0.67%) 0.78배 △SK (163,400원 ▲2,100 +1.30%) 0.66배 △LS (127,800원 ▲11,000 +9.42%) 0.48배 등이다.

신영자산운용을 이끄는 1세대 가치투자자인 허남권 대표는 너무 빠른 시간 내 현재 저PBR주들이 과열된 양상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 효과로 가치주들의 상승 랠리는 향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가치주 '옥석 가리기'를 하라고 조언했다.

허 대표는 "현재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변화된 건 아니고 시장의 평가가 달라진 것 뿐"이라며 "자사수 비중이 높은 지주사의 경우 현재 가치의 30~40%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 건 여전하다"고 했다.

이어 "상당히 저평가 돼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며 "한국 주식 시장 자체가 업그레이드(개선)될 가능성이 높으니 적절히 분산투자를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가치주 펀드가 돌아왔다"…저PBR 장세에 수익률도 빛나네
자사주 태우자 '불기둥' 활활…'34% 급등' 이 종목 들썩인 이유
저(低)PBR 장세가 시작되면서 가치주 재평가가 시작된다. 우량 기업이나 시장에서 소외된 가치주가 이목을 끌자 주가도 불상승한다. 가치주를 일찍이 쓸어담았던 1세대 '가치투자' 펀드들도 수익률이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오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는다.

5일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클래스 C 기준)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6.44%로 집계됐다. 6개월, 3개월 수익률도 각각 2.61%, 9.51%다.

2006년에 설정된 이 펀드는 대표적인 한국형 가치투자 주식형 펀드다. 가치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로 이날 기준 순자산 규모는 1902억원이다. 가치주는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며 자사주 소각, 고배당 등 주주환원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기업들을 일컫는다.

이 펀드는 지난해 대형 반도체 기업들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자 수익률이 함께 좋아졌다. 그러다가 최근 '저PBR'을 필두로 한 가치주 장세 덕분에 한 단계 더 뛰었다

주요 편입 종목은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18.49%), SK하이닉스 (177,800원 ▲7,200 +4.22%)(7.52%), DN오토모티브 (82,500원 ▲500 +0.61%)(4.98%), 영원무역 (37,450원 ▼200 -0.53%)(4.47%), 영원무역홀딩스 (83,800원 ▲500 +0.60%)(4.2%), 현대글로비스 (184,000원 ▲4,000 +2.22%)(3.46%), LS (127,800원 ▲11,000 +9.42%)(3.25%) 등이다. 반도체, 자동차, 지주사 등을 골고루 담았는데 그중 영원무역홀딩스와 LS 등은 저평가 지주사로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성장성이 높은 동시에 막대한 현금흐름으로 배당이 꾸준히 지급된다는 게 특징이다.

이 펀드는 1세대 가치투자 대가인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과 이승혁 한투밸류자산운용 매니저가 함께 운영해왔다. 그러다 이 의장이 라이프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후 2020년부터 이 매니저가 도맡아 자산을 굴리고 있다.

이 매니저는 지난해 3분기 발간한 운용보고서에서 반도체의 실적 반등을 예상하고 자동차 업종이 주가 바닥권에 있다고 판단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업의 내재가치에 보다 집중하려고 하고 있다"며 "강달러 환경에 수혜가 예상되는 수출기업의 비중을 조절하며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 외 다른 가치주 펀드들도 시장의 주목을 받는다. 가치투자의 명가로 불리는 신영자산운용의 펀드들이 대표적이다. 신영자산운용은 장기간 꾸준히 수익을 낸다는 뜻으로 '마라톤 펀드'라는 걸 내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그중 한국 증시에 상장된 지주사들을 편입한 '신영마라톤지주회사증권자투자신탁' 펀드가 눈길을 끌었다.

이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4.75%다. 6개월, 3개월, 1개월 수익률도 각각 11.28%, 16.52%, 8.22%다. 국내 저평가 지주사에 집중투자했는데 HD현대 (65,200원 0.00%)(4.27%), 삼성물산 (151,100원 ▲1,000 +0.67%)(4.17%), 삼성전자(3.99%), HL홀딩스 (33,250원 ▼100 -0.30%)(3.99%), SK (163,400원 ▲2,100 +1.30%)(2.91%), LG (78,900원 ▲1,000 +1.28%)(2.83%), 현대모비스 (240,500원 ▼3,500 -1.43%)(2.82%), GS (43,950원 ▲450 +1.03%)(2.82%) 순으로 편입 비중이 높다.

가치주로 평가받던 지주사들은 그간 성장주가 주목받던 한국 증시에선 상대적으로 외면을 받았다. 지난해 강달러와 이차전지 기업으로의 수급 쏠림 현상도 지주사 주가에 악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한국형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자 시장엔 지주사들의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신영마라톤지주회사증권자투자신탁 펀드를 이끄는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향후 지주사뿐 아니라 전체 가치주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 대표는 "ROE(자기자본이익률)와 자본의 효율성을 높이는 우량한 기업들이 시장에서 주목을 받을 것"이라며 "진정한 가치투자와 장기투자를 위해선 펀드 등을 통해 분산투자하는 게 투자자 입장에선 안전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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