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국화 든 교사 70명 한자리에…주호민 vs 특수교사 끝나지 않는 갈등

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2024.02.0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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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아이편이냐, 교사편이냐? 정작 아이는 사라져", "극심한 갈등 아닌 구조 변화에 초점"

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은 특수교사 A씨가 6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항소장을 제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은 특수교사 A씨가 6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항소장을 제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6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종합민원실. 검은옷 차림에 국화꽃을 든 교사 70여명이 특수교사 A씨 기자회견을 위해 이곳에 모였다. A씨는 웹툰작가 주호민씨의 아들 주모군(10)에 대한 아동학대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20년차 특수교사다.

이날 오전 수원의 기온은 섭씨 영상 1.8도. 법원 경내 곳곳에 밤사이 내린 눈이 녹지 않은 추운 날씨에도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소속 특수교사와 교사노동조합연맹 소속의 일반교사들이 목소리를 냈다.



교사들은 A씨가 입장문을 읽고 몰려든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주고 받는 30여분간 A씨 뒤에 서 있었다. 약 30분간의 기자회견이 끝나고 A씨는 법원 종합민원실에 항소장을 제출하고 나왔다. 동료 교사들은 A씨에게 '고생했다', '응원한다'는 말을 건넸다.

"이 일을 하면서 학생한테 한 번도 안 맞아본 교사는 없다."



"내가 그사람들을 위한 업을 갖고 있는데 이런 마음을 가지게 하는 상황이 너무 슬프다."

"이러면 이제 수업은 어떻게 하라는거냐."

동료교사 A씨가 피고인이 됐고 유죄를 선고 받았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눈물을 보이는 동료도 있었다. 더욱이 1심 재판부가 이른바 '몰래 녹음'을 증거로 채택하면서 교사들은 A씨 사건이 남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고 했다.


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은 특수교사 A씨가 6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항소장을 제출하고 동료들의 위로를 받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은 특수교사 A씨가 6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항소장을 제출하고 동료들의 위로를 받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주호민 VS 특수교사…쏟아지는 사회적 비난
지난해 7월 웹툰작가 주호민씨가 특수교사 A씨를 자신의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해당 사안은 전국단위 이슈로 번졌다. 많은 시민들이 크고 작은 자리에서 주씨와 A씨의 대리전을 펼쳤다. 시간이 흐르면서 주씨와 A씨에게 번갈아 사회적 비난이 쏟아지면서 이들 모두 언론 인터뷰에서 비극적 결말을 암시하기도 했다.

문제가 된 사건은 2022년 9월13일에 발생했다. 주씨 부부가 주모군의 옷에 녹음기를 넣어 등교시킨 날이다. 주씨는 A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A씨는 경찰조사를 받았다. 같은해 12월말 검찰은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사태 초기엔 주씨도 A씨를 선처할 예정이었다. A씨도 변호인에게 공소취하가 목적이었다. 피해아동에게는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법적으로 유죄를 인정한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 사과를 전달하지 못했다고 한다.

A씨 변호인은 주씨와 서신으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고소 취하서 작성, 물질적 피해보상, 자필 사과문 게시 등 요구사항이 전달했다. 물질적 보상은 A씨가 원하는 내용이 아니었지만 변호사가 통상 사용하던 서류 양식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이후 A씨 변호인은 물질적 피해보상을 요구사항에서 제외했다. 주씨는 한 인터뷰에서 이때 변호인을 통해 전달 받은 요구를 보고 '마치 승전국이 패전국에 보낸 조약서' 같아서 선처를 거두게 됐다고 밝혔다.

각종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커뮤니티에선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1심 판결 후에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은 A씨에 대한 무죄촉구 탄원 서명운동에 나섰다. 주군이 다니던 초등학교에 특수학급 증설이 추진되자 비장애인 학부모들이 "장애아동이 늘어난다"며 조직적으로 반대 서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편 혹은 교사편? 싸우는 동안 아이는 사라져"

전문가들은 이 사건에 쏠린 사회적 관심이 특수교육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라경 가톨릭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아이편이냐, 교사편이냐 아니면 학교의 문제냐 다투는 동안 정작 그 아이는 사라졌다"며 "지금 그 아이가 제대로 학교를 다니고 있는지 이 아이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누구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규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한국장애인재단 이사장)는 "극심한 갈등이 아닌 구조적 개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출생률이 줄어드는 시기에 맞춰 장애인에 대한 개별 교육이 가능하도록 학급 규모를 줄이고 학교문화를 바꾸는 투자를 해야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의 특수교사들도 교육부와 대화에 나설 예정이다. 정원화 전국특수사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머니투데이와 한 통화에서 "7일 교육부와 비공개 간담회가 예정돼 있다"며 "이번 판결과 관련해 통합 교육 현장의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현장 선생님들을 상대로 온라인을 통해 교육부에 전달할 의견을 취합하고 있는데 30분 사이에 500명이 답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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