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밀수 일상화된 北…평양은 달러, 中접경지 위안화 거래 '급증'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2024.02.0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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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통일부, 탈북자 약 6300명 조사…여유자금 생기면 은행 아닌 집에 숨겨

북한에서 자국 원화 대신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 통용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해 11월 북한 내 일꾼 사진을 싣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민들의 생활을 걱정하는 참된 복무자의 자세"라고 보도했다. / 사진=뉴스1북한에서 자국 원화 대신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 통용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해 11월 북한 내 일꾼 사진을 싣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민들의 생활을 걱정하는 참된 복무자의 자세"라고 보도했다. / 사진=뉴스1


뇌물 수수와 밀수가 일상화된 북한에서 외화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중 접경지는 밀수로 인해 중국 위안화를 사용하고 평양은 외국공관원이 상대적으로 많아 미국 달러화 활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북한이 2009년 화폐개혁을 단행했지만 오히려 북한 원화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고 외화통용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6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 발간 브리핑을 통해 "접경지는 밀수로 인해 위안화를 사용하고 평양은 기본적으로 뇌물을 달러로 받아 외화통용이 확산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탈북민 약 6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조사 결과의 객관성·전문성 제고를 위해 북한대학원대와 리서치기관인 글로벌리서치 감수·보완을 거쳐 발간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탈북자들은 평양에서 사용하는 화폐로 △북한 원화 55.4% △달러 32.7% △위안화 7.1% 순으로 응답했다. 중국과 접경지역은 △북한 원화 56.4% △위안화 39% △달러 0.5%으로 나타났다. 평양과 접경지역을 제외한 대다수 지역은 △북한 원화 77.8% △위안화 11.9% △달러 5.1%로 조사됐다.



2013~2022년 탈북자들이 응답한 '북한 지역별 시장 거래 화폐' 비율. / 사진=통일부2013~2022년 탈북자들이 응답한 '북한 지역별 시장 거래 화폐' 비율. / 사진=통일부
북한은 2009년 구권과 신권을 100:1로 교환하는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북한 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고 시장 확산에 대한 사(私)경제 통제를 강화하는 등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북한 원화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외화 선호도가 심화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도 시장 거래 화폐 1순위는 2016년 이후 북한 원화(25.7%)보다 위안화(68.4%)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여유자금 보유 비중도 늘고 있다. 여유자금은 2011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전 16.8%에 불과했지만, 이후 비율은 43.7%까지 늘어났다. 이와 관련 통일부 관계자는 급격히 확산한 '북한의 시장화'로 비공식 소득이 확대됐다고 해석했다.

상업은행이 없기 때문에 여유자금 보관 방법으로는 '집에 뒀다'는 응답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은행이나 저금소에 보관했다'는 응답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은행이나 저금소에 돈을 맡길 경우 돌려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정권 신뢰가 그만큼 낮다는 뜻이다.


비공식 금융시장도 초보적인 형태지만 확산하고 있다. 사적으로 돈을 빌린 경험이 있는 주민 비율이 소폭 증가했다. 돈을 빌린 이유는 2000년 이전엔 생활비 용도가 많았으나 2016~2020년에는 장사밑천 용도가 많았다. 돈을 빌리면서 이자를 지급한 경험이 있다는 비율도 크게 늘었으며 최근 들어 이자율은 월 7%대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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