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좀비 바이오' 오명 벗으려면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4.02.0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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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바이오연구센터.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바이오연구센터.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언제 문 닫을지 모른다는 게 가장 큰 걱정이죠."

취재 현장에서 만난 바이오 기업 임직원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적잖은 바이오 기업 종사자들이 자신이 몸담은 회사의 영속성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 불신의 배경엔 돈 문제가 있다. 기업은 돈이 없으면 운영할 수 없다.

국내 대부분의 신약 개발 바이오는 이익을 내지 못한다.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을 운영하려면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임직원 인건비와 연구개발비 등 1년에 적어도 100억원 이상, 많게는 200억~3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스스로 돈을 벌지 못하니 이 운영자금을 외부에서 투자로 유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금처럼 바이오에 대한 투자심리가 좋지 않을 땐 외부에서 투자를 유치하기 쉽지 않다. 많은 바이오 기업이 자금 문제로 전전긍긍하는 이유다. 현금이 바닥나 유동성 위기에 빠진 바이오도 한둘이 아니다. 업계에선 올해 '제2의 셀리버리'가 나오는 게 아니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셀리버리는 자금 문제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고 지난해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돈이 떨어질 때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소액주주의 주머니에서 운영자금을 모아 연명하는 '좀비' 바이오도 눈에 띈다. 일부 바이오는 본업의 경쟁력 제고와 무관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정체 모를 주주를 끌어들이며 걱정을 키우기도 한다. 그러면서 대주주나 대표이사 등 일부 경영진은 수억원의 연봉을 챙긴다. 스스로 자립하지 못하는 바이오를 투자자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국내 증시에 상장한 대부분의 바이오는 IPO(기업공개) 때 2~3년 뒤 흑자전환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해달라며 공모시장에서 수백억원의 돈을 모았다. 결과는 참담한 수준이다. 한 예로 지난해 말 3년간의 관리종목 지정(자기자본 50% 이상의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 최근 3년간 2회 이상인 경우) 유예 기간이 끝난 바이오 관련 기업 18개 중 현재(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기준으로 이익을 낸 기업은 하나도 없다.

이제 바이오 기업 오너(최대주주)나 경영진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바이오의 핵심은 연구개발이라지만 '비즈니스'를 떠나 생각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물질이라도 처음부터 혼자 임상3상까지 완료하고 세상에 없던 혁신적인 신약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거래 조건이 다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적극적인 기술이전 등으로 자체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임상 개발 경험이 풍부하거나 자금력이 탄탄한 기업과 공동연구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효과적인 임상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파트너와 힘을 합치면 연구의 속도와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 글로벌 기술이전 경험을 보유한 사업개발 전문가를 영입하는 방법도 있다.


올해는 우리 주식시장이 적자 바이오에 IPO 길을 열어준 기술특례 상장 제도를 도입한 지 20년째 해다. 20년이면 충분히 성인이 되고 남을 시간이다. 이제 스스로 돈을 벌어 연구비와 운영비를 충당하는 진짜 자립을 할 때도 됐다. 바이오가 무너진 주식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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