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C&E 자진상폐 배경엔 높은 몸값...한앤코의 딜레마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4.02.0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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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C&E 동해 공장 전경.(쌍용C&E 제공)/사진=뉴스1쌍용C&E 동해 공장 전경.(쌍용C&E 제공)/사진=뉴스1


시멘트업계 1위 쌍용C&E (7,000원 0.00%)가 자진 상장폐지 수순을 밟는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가 쌍용C&E 잔여지분을 공개매수하기로 결정하면서다. 높은 가격에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해야 하는 한앤코 입장에선 상장사 지위가 나쁘지 않지만 주가 리스크 관리와 매각 효율화를 위해 비상장으로 전환하는게 낫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한앤코는 쌍용C&E는 이날부터 한달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억25만여주를 주당 7000원에 공개매수한다. 전체 발행주식의 20.1% 수준이다. 매입규모는 7000억원 수준이다. 현재 한앤코는 특수관계인 등과 함께 78.79%의 지분을 갖고 있다. 공개매수로 상폐 요건인 95%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앤코는 2012년 자산관리공사로부터 쌍용C&E(당시 쌍용양회) 지분 10%를 800억원대에 인수해 채권단에 포함된 이후 2016년 다른 채권단으로부터 경영권을 포함해 지분 46.14%를 약 8800억원을 들여 확보했다. 이후 4500억원 투입해 2대주주 일본 태평양시멘트가 보유한 32.36%까지 확보하며 현재 수준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지금까지 한앤코가 지분 확보에 투입한 비용은 1조4375억원이다.



현재 한앤코가 보유한 쌍용C&E의 지분가치는 3조원 정도로 평가된다. 국내 시멘트업계에서 쌍용C&E를 인수할 만큼의 여력을 가진 기업이 없다는 평가다. 2016년 인수 경쟁을 벌인 한일시멘트가 품기에도 덩치가 너무 커져버렸다.

무엇보다 장기투자한 한앤코 입장에서 만족할만한 가격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쌍용C&E 주가는 2018년 이후 주당 9000원을 뚫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이다. 공개매수 발표 후 6900원대까지 오르긴 했지만 지난달까지 5000원대를 오르내렸다. 주가가 하락하면 인수금융 등이 활용된 기업은 기한이익상실(EOD) 리스크가 생긴다. 빌려간 돈을 즉시 갚아야 하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단 뜻이다.

때문에 매수자가 없는 시장에서 조급하게 매각을 진행하기보다 내실화를 꾀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2년 1조9000억원 규모의 국내 첫 컨티뉴에이션펀드를 조성해 장기 보유가 가능한 구조로 바꾼 것도 이런 배경이다.


한앤코가 몸집이 커진 쌍용C&E를 밸류업 시키면서도 비주력 자회사를 처분하는 '쪼개기 매각'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사업 성과가 기대에 못미치는 그린에코솔루션 등 환경자원사업 자회사들이 우선 거론된다. 이미 지난해 쌍용레미콘 지분과 부동산 등을 4400억원에 매각한 경험이 있다. 다만 그동안 배당수익 등을 통해 투자금의 절반가량 회수한 상황이어서 조급한 매각을 진행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한앤코의 비상장 전환 계획은 만족스럽지 못한 주가가 원인이겠만 근본적인 문제는 매수자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라며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익 실현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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