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팔아치우더니 돌변…올 들어 '6조' 쓸어 담은 외국인, 이유는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24.02.0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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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유니셔티브, 한국증시 레벨업 사다리 놓다①

편집자주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에 'Yoonitiative(윤석열 대통령+이니셔티브)' 용어가 등장했다. 정부가 국내 상장사들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노력에 본격 착수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가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배당과 자사주 제도개선 등 주주친화정책이 확대되면 투자저변을 넓히기 위한 기존 정책과 새로운 시너지가 기대된다. 유니셔티브가 코스피 3000시대의 사다리가 될 지 세계가 주목한다.

주식 팔아치우더니 돌변…올 들어 '6조' 쓸어 담은 외국인, 이유는


한국주식을 사려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올 들어 이날까지 코스피시장에서 6조6422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절반이 최근 4일간 몰렸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외국인들은 한국경제의 한계와 정책 불확실성, 미진한 주주환원을 이유로 주식을 팔아 치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전자전기 업종을 제외한 외국인 주식 보유율 비중(시가총액 기준)은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32%, 8.8%로 10년내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2020년까지만 해도 40%(코스피) 선을 넘나든 수치다.



지난 연말 상황도 그렇다. 골드만삭스와 UBS만 한국증시 비중확대를 제시했을 뿐 HSBC와 씨티, 모건스탠리 등 대부분 외국계 증권사들이 중립의견이었다. HSBC는 올해 한국증시 EPS(주당순이익)가 2023년 대비 60% 늘어나더라도 매력적이지 않다고 했다. 상승폭은 크지만 기저효과일 뿐 2022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큰 변동성을 문제로 지적했다.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가 유지된 배경이다.

한국증시를 바라보는 외국인 스탠스가 바뀐 것은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윤곽을 드러내면서부터다. 한국기업들은 대주주를 제외한 투자자들과 이익을 나누는데 인색하고 이 때문에 주가가 낮게 형성되고 있다는 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상장사의 주요 투자지표(PBR·ROE)를 시가총액·업종별로 비교 공시 △상장사에게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 권고 △기업가치 개선 우수기업 등으로 구성된 지수개발 및 ETF 도입 등을 비롯한 대안을 담을 전망이다.

이 결과 최근 증시에선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업종이 동반급등했다. 지난 2일 코스피 시장에서 주가가 오른 종목은 713개로, 하락 종목(182개)보다 4배 가량 많았다. 그룹 지주회사를 비롯해 금융사, 완성차, 보험사 등이 우선 거론되지만 사실 한국증시에 상장된 대부분 종목이 저평가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외국계 투자자들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한국증시의 추가적 상승을 이끌 중요한 촉매제"라고 평가했다. CLSA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름과 진취적인 계획을 뜻하는 '이니셔티브(initiative)'라는 단어를 결합한 '유니셔티브'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대안이라고 내다봤다.


CLSA는 최근 보고서에 "극단적 저평가(딥밸류 주식) 상태인 한국 주식 종목에 대해서 정부의 노력이 주가 상승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주식을 부양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분명해 보인다"고 기대했다.

유니셔티브는 지난 해 초부터 일본 정부가 자국 증시 상승을 위해 했던 정책들과 닮아 있다. 도쿄 거래소의 PBR 1배 이하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 방안 요구,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의 월간 등재와 일본 금융 당국의 JPX Prime 150 벤치마크 신설, 기관 투자자 장려 정책 등이다. 이를 통해 50%가 넘었던 PBR 1미만 기업 비중이 44%로 줄었고, 배당확대를 유도해 일본증시가 사상최고가를 경신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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