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가 철새 근처에 있나요?"…금융사 투자기법 바뀐다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24.02.06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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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에 대비하라, 금융 B플랜]②

편집자주 금융산업이 'B(biodiversity)'에 빠졌다. 전례없는 멸종속도에 꿀벌(Bee)을 키우는 것이 금융산업의 종속과 연결되는 세상이다. 인류 생존과 번영의 필수인 생물다양성(자연자본)의 손실은 금융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은행은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2030년까지 연간 2조7000억달러(3660조원)의 손실이 초래될 수 있다고 본다. 금융사들의 다양한 'B플랜'을 알아봤다.

제주 한림 해상풍력발전 시범지구 조감도 모습 /사진제공=신한금융그룹제주 한림 해상풍력발전 시범지구 조감도 모습 /사진제공=신한금융그룹


금융권이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움직임은 투자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단순한 사회공헌 측면이 아니라 리스크를 관리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차원에서 생물다양성 보전을 추진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이사회 내 ESG전략위원회에서 생물다양성과 관련된 활동과 진행 상황을 보고 받고, 관리 중이다. 그룹의 핵심 경영 고려사항으로 설정하고, 관련 평가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신한금융은 투자 활동이 생물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기 위해 UNEP FI(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와 TNFD(자연관련재무정보공개협의체)에서 제시한 LEAP(Locate·Evaluate·Assess·Prepare)평가 방식을 실제 투자처에 활용했다. 제주 한림 해상풍력발전 시범지구(이하 시범지구)를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분석했다. 시범지구에는 신한라이프에서 370억원 규모의 선순위대출을 약정했다.

우선 신한금융은 시범지구가 얼마나 해상·야생보호구역과 거리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UNBL(UN Biodiversity Lab)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신한금융은 시범지구가 보호구역과 떨어져 있고, 지중송전선로, 변전소 등의 사업부지에 귀중한 식물 자원이 있지 않음을 확인했다.



다만 해안에 서식하는 물새류 일부와 어류, 해조류 등 일부 해양생태계에 영향이 발생할 수 있을 확인했다. 추가 확인 끝에 철새도래지와는 충분히 거리가 있고, 공사 시 발생하는 부유사(물속에 떠다니는 토사) 영향 역시 미미할 수준으로 예상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범지구 환경영향평가에서 14개 항목 중 6개 항목(해양환경, 소음·진동 등)을 선택해 집중 점검을 진행했다. 해상풍력발전은 서식지 파괴와 번식방해, 터빈과 충돌위험, 소음공해 등의 잠재적 위험 요인이 발견됐다. 신한금융은 분석을 바탕으로 조류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한 점멸등 활용, 저소음·저진동 공사 등 영역마다 구체적인 관리 방안을 도출했다. 신한금융은 다양한 사업영역으로 분석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발전소가 철새 근처에 있나요?"…금융사 투자기법 바뀐다
하나금융그룹도 생물다양성 평가를 통해 자연 관련 리스크 위험노출 규모를 파악하고, 관리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LEAP 분석 방식을 도입한 국내 최초 금융사다. 하나금융은 분석결과와 운용자산(AUM)규모를 고려해 중점적으로 관리해야 할 주요 분야로 '필수소비재', '소재', '산업'을 선정했다.


하나금융은 생물다양성 리스크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기 위해 대기, 용수, 토양, 오염물질 배출 등의 영역별 관리 지표를 선정하고, 앞으로 이를 기반으로 고객평가와 대출, 투자 적합성 평가 기준을 활용하고자 한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해 6월 PBAF(생물다양성회계금융파트너십)에 가입하면서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이 커졌고,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라며 "생물다양성 보전 분야에 금융투자를 확대해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위한 금융사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금융은 국내 금융회사 최초로 지속가능한 산림 관리를 통한 기후위기 대응,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2022년 캄보디아에서 REDD+(산림 전용 및 황폐화 방지 사업) 사전 타당성 조사를 수행했다.

REDD+는 개발도상국의 산림보전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사업이다.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제안된 것으로 국제 사회에서 기후 위기 대응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온실가스를 감축은 물론 생물 다양성 보전, 개도국 빈곤 완화, 지역사회 소득 창출에 기여한다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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