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시스] 박기웅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2.0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가 5일 22대 총선에 적용될 선거제와 관련,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당론으로 정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가 지난해 11월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 비례제로의 회귀를 시사, 논란에 불을 붙인 지 약 3개월 만의 최종 결단이다. 이 대표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어록(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인용하며 "멋지게 이기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 국립 5.19 민주묘지를 참배한 직후 현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정권 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준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 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병립형과 준연동형제 사이에서 벌어졌던 민주당 내 찬반 논란을 매듭짓고 준연동형제를 택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일찌감치 병립형 제도를 당론으로 염두에 둔 것과 달리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해 말부터 병립형과 준연동형 사이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했었다.
이 대표도 지난해 11월 소셜미디어(SNS) 방송을 통해 "정상 정치가 작동한다면 타협과 대화를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라며 "선거는 승부다. 이상적인 주장을 멋있게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며 병립형에 힘을 실었었다.
당초 민주당은 병립형 중에서도 권역별, 즉 전국을 수도권(16석), 충청·강원·경북 등 중부권(15석), 호남·경남·제주 등 남부권(16석) 등 세 권역으로 나눠 비례대표를 뽑는 방식에 무게를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병립형 비례를 채택하되 민주당의 오랜 당론인 권역별 비례에 이중등록을 허용하고, 소수정당을 위한 의석 30% 할당 또는 권역별 최소득표율 3%에 1석 우선배정 방안"을 고려했었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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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의 이같은 입장과 달리 당내 의견들은 상당히 엇갈렸다.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해 현실적으로 병립형으로 회귀할 수 밖에 없단 주장과 민주당이 다당제의 꿈 실현을 위해서는 준연동형제를 지키는 것이 대의명분에 맞다는 주장이 맞섰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정세균 전 총리, 김부겸 전 총리 등 당 원로격 인사들은 준연동형제를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제 관련 민주당 지도부가 결론을 내지 못한 가운데 전당원 투표에 부치자는 의견까지 나왔었다. 실제로 민주당은 전당원 투표를 위한 실무작업에도 착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의원총회, 서면조사 등을 거쳐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도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자 이 대표 등 지도부가 책임을 당원에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지난 2일 4시간 넘는 회의를 거쳐 선거제 관련 당의 입장을 정하는 권한을 이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결론지었다. 이 대표가 전당원 투표를 실시할지 여부 등을 포함, 모든 것을 책임지고 선거제 관련 민주당 입장을 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 결정 이후 사흘 만에 이 대표는 최종 입장을 발표했다.
한편 이날 이 대표는 민주당이 준연동형제를 당론으로 채택함으로써 선거 승리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음을 토로하면서도 민주개혁세력과 단결을 통해 총선을 승리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향후 선거 승리를 위해 준 위성정당 창당의 길을 열어놓는 한편 통합형비례정당을 추진한다고 해 범(凡) 진보세력과의 선거 연대를 암시했다.
이 대표는 "준연동제는 '불완전하지만 소중한 한걸음'이다. 과거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 깨어 행동하는 국민들께서 '멋지게 이기는 길'을 열어주시리라 믿겠다"며 "이 상황에서 다시 새겨본다.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다.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 같지만 결국 국민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