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에 ELS로 울상인 증권사... 전통 IB에서 돌파구 찾나

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2024.02.06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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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에 ELS로 울상인 증권사... 전통 IB에서 돌파구 찾나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연일 증권사가 홍역을 앓는다. 당국에서 증권가를 바라보는 시선도 싸늘해진 상황에서 증권사들은 전통 IB(기업금융)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한다.

고금리와 경기침체 탓에 지난해 증권업계는 힘든 시간을 겪었다. 여기에 태영건설 발 PF 사태와 홍콩 H지수 ELS 사태가 터지며 2022년에 이어 2023년도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증권사를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자기자본 1위를 기록한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90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2021년 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영업이익 1조4900억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조원을 넘기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자기자본 톱5에 드는 삼성증권은 지난 26일 잠정실적을 발표하고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7406억원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2021년에 1조3000억원을 벌어들였다. 2022년 유일하게 증권사 중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던 메리츠증권도 지난해 8000억원가량을 벌어들일 것으로 시장에서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시선도 따갑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수장들은 최근 증권사들이 단기 수익에 매몰되지 말고 종합 IB 서비스 제공기관으로 나아갈 것을 주문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4일 증권사 CEO들과 올해 첫 간담회 자리에서 "증권사들이 위탁매매, 부동산 중심의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 종합 기업금융 서비스 제공기관으로서 역할을 확대해 달라"며 "신뢰 회복을 위해 업계의 강도 높은 자정 노력을 부탁한다"고 했다.

증권사들은 전통 IB를 강화하는 등 기본으로 돌아가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업의 니즈를 발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끔 증권사에서는 영업 담당(RM·Relationship Manager) 등 IB 전문가를 모셔 오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눈초리뿐 아니라 PF로부터 수익을 내는 것이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증권가에서 IPO(기업공개), 채권발행, 유상증자 등 전통적인 IB를 강화하려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공모주 시장에 훈풍이 불며 IPO를 철회했던 기업들도 다시 상장을 준비하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려는 모습도 최근에 나타나 증권사와 기업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IB 그룹 내 IB1 부문과 IB2 부문을 신설했다. 특히 기존에 실이었던 기업금융과 주식발행시장(ECM)을 본부로 확대하고 IB1 부문에 편제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IB 부문 성장을 발판 삼아 올해는 외연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신한투자증권은 과거 10위권 밖이었던 ECM 리그테이블 순위를 지난해 6위권까지 끌어올렸다. 이를 바탕으로 IPO, 유상증자, 채권발행 등 기업의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하이투자증권은 과거 부문이었던 IB1과 IB2를 총괄로 개편해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다. 대기업솔루션1·2부를 대기업솔루션부로 통합하여 IBⅡ 총괄 산하에 편제했으며, SME금융1·2부는 SME금융부로 통합했다.

DB금융투자도 기업금융본부를 2개 체제로 확대하고, IB 관련 우수 영업 인력도 지속해서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ECM과 DCM(채권발행시장)을 중심으로 중견기업들과 소통을 확대해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DB금융투자는 올해 스팩 합병을 통해 한빛레이저 상장을 성사한 바 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뉴시스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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