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시장의 열쇠는 HBM…'美 투자' 하이닉스, '2.5배 투자' 삼성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4.02.0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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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임종철 디자인기자/사진 = 임종철 디자인기자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차세대 D램으로 부상하는 HBM(고대역폭메모리) 투자에 속도를 낸다.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장비 주문량을 늘리는 등 생산 능력 확대에 나섰다. 일반 D램보다 3~4배 가격이 높은 HBM을 앞세워 수익성을 개선하고, 주요 고객사와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겠다는 계산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HBM 제조를 위한 D램 적층 특화 공장을 짓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다. 구체적인 투자안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밝힌 220억 달러(한화 약 29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에 따라 진행될 전망이다. 공장 건립이 구체화되면 주 고객사인 미국 업체들과의 거리가 가까워질뿐더러 패키징(후공정)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도 HBM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판매량이 지속 증가하면서 투자를 확대해야겠다는 내부 판단이 반영됐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의 HBM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5배 이상이며, 올해 하반기 첨단 D램 사업에서 HBM의 비중은 90%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만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미주총괄 부사장은 최근 "삼성은 시설투자를 전년 대비 2.5배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두 업체의 HBM 시장 점유율은 현재 90%가 넘는다. 특히 HBM3(4세대)은 SK하이닉스가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으며, HBM3E(5세대)도 올해 상반기 양산을 앞두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이나 중국 업체가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고 밝혔으나 아직 성능이 검증되지 않았다.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도 SK하이닉스의 HBM3를 공급받고 있다.



HBM은 데이터 용량이 기존 D램보다 높고 전력 소모가 적어, 높은 효율이 필요한 AI(인공지능)용 반도체에 쓰인다. 옴디아는 전체 D램 시장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9%에서 올해 18%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HBM은 일반 D램보다 2~3배 빠른 속도로 급성장할 것"이라며 "생산능력을 더 빠르게 늘려야 수요 증가량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투자를 늘려 적기 대응에 성공하면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삼성전자 DS(반도체)사업부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누적 적자는 각각 12조 6900억원, 7조 7303억원이다. 4분기 적자폭이 완화되면서 일정 부분 개선됐지만 반등이 절실하다. 개당 수익률이 일반 D램의 5배가 넘는 HBM이 수익성 개선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양사의 HBM 투자 확대는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업체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반도체 장비기업 한미반도체가 지난 2일 SK하이닉스로부터 단일 기준 창사 최대 규모인 860억원어치 HBM용 TC 본더(열압착 적층 장비)를 수주한 것이 대표적이다. HBM은 공정 난이도가 높아 다양한 장비가 필요하며, 생산능력을 확장할수록 주문량도 더 늘어난다.


한 HBM 기업 관계자는 "AI 수요가 폭등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주문량 증가로 HBM은 만들면 팔리는 제품이 됐다"며 "HBM3E 다음 단계인 6세대 HBM4까지 생산능력을 지속 확장해야 시장 지배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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