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 ENM
개를 싫어하는 깔끔한 성격의 싱글남 민상(유해진)은 자신의 건물 1층에 입주해 있는 동물병원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개똥 문제로 동물병원 원장 진영(김서형)과 티격태격 다툰다. 그러던 중 동물병원을 찾은 세계적인 건축가 민서(윤여정)를 알아본 민상. 진행 중인 리조트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민서의 도움이 절실해진 민상은 민서에게 접근하기 위해 진영과 진영이 돌보는 반려견 차장님(주차장에서 발견해 붙인 이름)을 공략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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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되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짐작이 가는 건 안타깝다. 민상과 진영의 갈등 해결은 너무도 쉽고, 그럴 줄 알았으나 안 그러길 바랬던 민서의 마지막 선택도 못내 아쉽다. 전체적 이야기에서 다소 사족처럼 느껴졌던 현과 다니엘의 결말도 뻔해서 혀를 차게 된다. 한국적 신파 코드도 빠지지 않는다. 선용-정아 부부와 딸 지유 이야기는 대놓고 예고한 눈물샘 겨냥 이야기지만, 반려인들에겐 반려견의 안락사 에피소드에서도 눈시울을 훔칠 만하다. 이야기 연출의 촌스러움은 차지하고, 눈시울이 시큰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 집 강아지가 죽는다면’ 하는 생각이 저절로 떠오르니까. 그러나 현의 여친이자 다니엘의 전 여친 에피소드까지 신파 코드를 적용해야 했나 하는 의문점은 남는다. 또한 큰 웃음 겨냥한 몇몇 코믹한 대사도 2000년대 초라면 모를까, 지금은 너무 낡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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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태로 엮은 ‘도그데이즈’는 필연적으로 ‘러브 액츄얼리’를 떠올리게 한다. ‘강아지판 러브 액츄얼리’라는 수식어가 벌써 언급된다. ‘도그데이즈’와 마찬가지로 윤제균 감독이 제작자에 이름을 올린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도 생각난다. ‘러브 액츄얼리’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 그랬듯,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영화는 배우들의 면면과 의외성에 기대를 걸게 된다. ‘도그데이즈’도 윤여정, 유해진, 김서형, 김윤진, 정성화, 다니엘 헤니, 이현우, 탕준상 등 월드클래스 배우부터 유망주를 벗어난 풋풋한 청년 배우에 이르기까지 여러 배우들을 보는 재미는 있다. 까칠해 보이지만 진정한 어른의 품격을 보여주는 윤여정은 역시 월드클래스 윤여정이고, 그와 합을 맞추는 탕준상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돋보인다. 독한 상황에 놓인 센 캐릭터로 인식되는 김서형이 선보이는 덜렁거리지만 따스한 수의사의 모습도 편안하고, 유해진의 로맨틱 코미디 연기도 이질감이 없다. 특별출연한 김고은이 ’영웅’에 이어 또 다시 관객에게 노래를 선사하는 점도 포인트. 다만 몇몇 배우들은 도식적인 이야기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도식적인 연기를 보여줘 아쉬움을 산다.
보기만 해도 미소 지어지는 강아지들을 큰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도그데이즈’의 가장 큰 장점. 차장님 역의 치와와 ‘와와’와 완다 역의 프렌치불독 ‘완다’, 스팅 역의 골든리트리버 ‘플로이드’를 비롯해 수많은 강아지들이 스크린에 등장해 반려인들의 마음을 ‘심쿵’하게 만든다. 반려인이 아니더라도, 특별히 개를 싫어하지 않는 이상 ‘도그데이즈’는 누구나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무해한 영화다. 같은 날 개봉하는 ‘데드맨’이나 ‘소풍’보다 커버하는 연령대도 넓어 가장 설 시즌 가족영화로 무난한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월 7일 개봉, 러닝타임 120분, 12세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