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법안' 꼬리표 뗀 첨생법…업계 "의미 있는 전진"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정기종 기자 2024.0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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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치료받으러 일본 떠나는 환자도 수혜 예상
세포·유전자치료제 기업의 임상·상업화 속보 붙을까 기대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 개정안이 지난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첨단재생의료 활성화를 위한 법안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한정됐던 적용 범위를 넓힌 것이 골자다. 시행 이후 따라붙던 '반쪽짜리 법안' 꼬리표 역시 뗄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줄기세포 치료를 위해 해외 원정을 떠나던 환자의 치료 접근성 향상은 물론, 세포·유전자치료제 기업의 임상 및 상업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020년 8월 시행된 첨생법은 첨단재생의료의 안전성 확보, 기술 혁신·실용화, 첨단바이오의약품 품질 확보 등을 위해 마련됐다. 첨단재생의료는 인체세포 등을 이용해 실시하는 세포·유전자·조직공학 치료 등을 지칭한다. 대표적으로 줄기세포 치료 등이 있다.



하지만 첨생법에 규정된 임상연구와 치료 대상자가 한정돼 환자에 적용되는 사례는 적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승인된 임상연구는 37건, 연구대상자는 665명에 그쳤다. 제도 도입 시기에 일부 시민단체에서 '보건의료 규제 개악'으로 규정하며 크게 반발해 여러 제약을 달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관절염과 면역치료 등을 위해 줄기세포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은 높은 비용을 부담하며 해외 원정 치료를 다니는 실정이다. 재생의료 서비스를 위해 해외 원정을 떠나는 국내 암 환자만 연간 1만~2만명, 환자당 소모 비용은 최대 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개정안은 이 같은 환자의 불편함을 대폭 개선할 전망이다. 주요 골자 중 하나인 임상연구 대상자 범위 확대로 질환자, 일반 환자도 임상연구에 참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기존 법안에서는 중대·희귀·난치질환자만이 임상연구 대상자였지만 앞으로는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대상자로 범위가 넓혔다.

첨단재생의료 치료제도의 도입 역시 이를 뒷받침 하는 요소다. 그동안 허가받지 않은 세포·유전자 치료제를 사용한 치료는 금지됐지만, 앞으로는 임상연구를 거쳤을 경우 당국의 승인을 받아 지정된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을 수 있다.

30여 곳이던 인체세포관리업 허가 기관도 이제 85곳으로 확대된다. 인체 세포 등 관리업의 허가기준과 유사한 수준의 시설·장비·인력을 갖춘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이 인체세포관리업 허가를 받은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으로부터 지정받은 의료기관에서는 세포·유전자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환자는 물론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기대감도 커진 상태다. 재생의료 분야의 주축으로 꼽히는 줄기세포·면역세포 관련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오상훈 차바이오텍 (16,900원 ▼110 -0.65%) 대표는 "폭넓은 첨단재생의료 치료의 길이 열렸다"며 "조건부 품목허가나 신속 심사제에 대한 규정도 명확해져 세포치료제 등 다양한 바이오 의약품의 개발 일정이 앞당겨질 수 있고 회사별 파이프라인뿐만 아니라 세포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고 했다.

이제중 박셀바이오 (15,750원 ▼300 -1.87%) 대표는 "우리나라의 의료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첨단재생의료 관련 규제 등으로 관련 기술과 산업의 발전이 제약을 받아왔다"며 "이번 첨단재생의료법이 본격 시행되면 국내 첨단재생의료 기술과 산업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종천 강스템바이오텍 (2,675원 ▼300 -10.08%) 대표는 "재생의료에 가장 개방적인 일본·대만 등의 수준까진 아니지만 (이번 개정안은) 의미 있는 전진"이라며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기업들이 개발에 탄력을 받고 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넓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안전성이 곧 기술에 대한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부 차원에서 GMP 시설을 비롯한 엄격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기업들은 개정안 세부 기준에 맞춰 사업전략을 세부 구체화하는 적응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재생의료 기업, 바이오 기업을 주요 회원사로 둔 협회들도 첨생법을 환영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데이터를 많이 확보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는 산업계 입장에서는 임상대상자가 확대되는 등 연구적인 측면의 개정이 반갑다"며 "다만 좀 더 혁신적인 법안이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정부가 조심스럽게 재생의료를 위한 초석은 마련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장으로 새로 취임한 이득주 녹십자홀딩스 (15,270원 ▲20 +0.13%) 상임고문은 "세포치료·유전자치료 등 첨단재생의료 시장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며 "국가 의료 발전과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정책당국과 규제 개선 및 정책지원 효율화를 위해 협회 역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보건산업진흥원이 2022년 3월 발표한 '글로벌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 전망 및 오픈 이노베이션 동향'에 따르면 2021년 75억달러(약 9조9068억원)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는 2025년 385억달러(약 50조8547억원), 2026년에는 556억달러(약 73조4420억원)까지 늘어나 연평균 약 49.1%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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