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그룹은 중국 부동산 호황기에 무섭게 성장했다. 중국 전역에서 대출을 받아 땅을 산 뒤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고, 그 돈으로 생수, 축구, 전기차, 테마파크 등 다양한 사업에 투자하며 문어발식 확장을 했다. 그러던 중 2020년 중국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가 시작되자 사세가 급격하게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 2일 기준으로 홍콩 증시에서 헝다그룹(HK:3333)의 주가는 0.163홍콩달러(약 27원)를 나타내고 있다. 헝다그룹은 청산 명령을 받은 지난 29일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마지막 거래일에는 전일 대비 20.87% 내리면서 명실상부 휴지 조각이 됐다. 현 주가는 최근 5년간의 고점(29.8홍콩달러) 대비 99.45% 내렸다.
그 위기가 새로울 것은 없지만 상징적인 의미는 있다. 헝다그룹이 중국 부동산 위기의 중심에 있어서다. 이번 청산 결정은 완다,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등의 기업의 위험 요소도 다시 한번 환기했다. 그 결과 은행 지급준비율(RRR) 인하와 사상 최대 증시안정기금 조성이라는 중국 정부 부양책 효과를 밀어내고 중화권 증시가 다시 약세로 돌아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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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서는 스노우볼 효과(눈덩이 효과)를 경계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청산 결정이 국내외 투자자에게 상당한 손실을 입힐 것이 분명하고 부동산 시장의 침체 분위기를 더욱 확산시킬 수 있어서다. 부동산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0~30%를 차지하는 만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헝다그룹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처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정이 홍콩 헝다법인만의 청산으로 한정되면 중국 부동산 부채 리스크는 올해도 중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커다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동시에 글로벌 투자 자금의 탈중국 현상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부채 리스크 해소 의지가 점점 더 필요해지는 상황"이라고 봤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투자 전략으로 '비중 축소' 의견을 제시하며 "중국 주택 경기 침체는 장기화 가능성이 높다"라며 "중국의 누적된 주택 공급 과잉은 심각하지만 정책 수단의 한계는 뚜렷하다.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의 50~70%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부채 구조조정 속도가 늦춰질 경우 부실기업이 더 확대될 수 있다. 헝다가 청산 절차에 돌입하며 부동산 구조조정 시계가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