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 사망' 미국, 이라크·시리아 타깃 결정…'보복 승인'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4.02.02 11:30
글자크기

바이든 "이란, 공격자에 무기 공급한 책임"
존 커비 "한 번이 아니라 단계적 행동 가능"…
이란 영토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없을 듯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연례 국가 기도 조찬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뉴스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연례 국가 기도 조찬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미국이 이라크, 시리아 내 이란 측 군사 요인과 관련 시설을 겨냥한 폭격 계획을 승인했다고 CBS뉴스가 보도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요르단 북부에 주둔 중이던 미군 장병 3명이 친이란 민병대의 드론 폭격을 받아 사망한 사건에 대한 보복이 곧 시작될 전망이다.

"미국 보복 폭격, 날씨가 변수"
CBS뉴스는 1일 익명의 미국 고위 당국자들을 통해 이 같은 계획이 승인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국자들은 날씨를 폭격 작전의 중요 변수로 보고 있다. 악천후에도 공습은 가능하나, 목표를 정확히 타격하고 민간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기상이 양호한 날짜를 택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중동 지역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며 "지역 내 갈등이 확산되는 상황은 피하겠지만 미국과 시민, 국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이란에 책임 있다" 미군, 여러 차례 나눠 보복할 듯
미 국방부는 지난달 28일 요르단 미군 공격의 배후로 친이란 무장단체 카타이브 헤즈볼라를 지목했다. 이 단체는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단체 집단 '이슬라믹 레지스턴스' 소속으로, 이슬라믹 레지스턴스는 미군을 공격한 것은 자신들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건을 보고받고 곧바로 보복을 예고했으나, 보복 방식에 대해서는 고심을 거듭했다. 가자 지구 하마스에 이어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군까지 서방과 이스라엘을 겨냥한 공격에 나서면서 중동 군사위기가 한계치에 이르렀기 때문.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모두 이란과 연계된 조직이다. 이란은 가자 지구 전쟁 초반부터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공격을 중단하지 않으면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0일 플로리다 주에서 열린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떠나기 전 "이란이 공격에 책임이 있다고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을 받고 "이란이 공격자들에게 무기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바이든 대통령 발언에 대해 "원칙적으로 이런 공격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신호를 이란 혁명수비대와 친이란 무장단체 후원자에게 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 한 번의 행동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 측을 겨냥한 보복 공습이 여러 차례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복이다.


"바이든, 피하려 했던 일 모두 해야 할 것"
외신들은 미국이 중동 갈등에 보다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CNN은 "20년간의 이라크 전쟁이 공식적으로 종료된 지 3년이 되지 않았음에도 미국은 또 다른 중동 내 전쟁에 휘말리고 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온건한 대응책을 내놓는다면 올해 대선에 악재를 맞을 것이고, 강경한 대응책을 내놓는다면 확전 가능성이 높아져 진퇴양난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까지 피하려 했던 모든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행정부가 보복에 나서더라도 이란 영토를 직접 타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이란 본토 대신 중동 전역에 퍼져있는 이란 중심 반미 집단 '저항의 축'이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것. WSJ는 "시리아, 이라크, 예멘 쿠드스 군 요원 공격이나 이란 선박,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에 대한 대규모 공격 중 하나를 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장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혁명수비대원 장례식에 군복을 입고 참석한 모습./로이터=뉴스1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장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혁명수비대원 장례식에 군복을 입고 참석한 모습./로이터=뉴스1
이란은 이번 요르단 미군 공격 사건에 관여한 바 없으며, 이란 측 주요 인사나 관련 시설을 공격할 경우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지난달 30일 아미르 사에드 이라바니 주유엔 대사를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발표했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도 지난 1일 현지 행사에서 "우리는 미국과 붙어본 적이 있다. 서로를 잘 안다"며 "전쟁을 바라지는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