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저가매각' 허영인 SPC 회장 무죄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2024.02.0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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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 SPC그룹의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노조 탈퇴 강요 의혹을 조사하는 검찰이 30일 SPC 그룹 본사와 허영인 회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의 모습. 2023.10.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 SPC그룹의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노조 탈퇴 강요 의혹을 조사하는 검찰이 30일 SPC 그룹 본사와 허영인 회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의 모습. 2023.10.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 계열사를 저가에 매각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최경서)는 2일 허 회장과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이사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 재판에서 "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주식을 저가로 양도한 것이 증여세 회피 목적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공소사실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들의 배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허 회장 등은 총수 일가에 부과될 증여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비상장 계열사 밀다원의 주식을 또다른 계열사인 삼립에 저가에 양도한 혐의로 2022년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2012년 1월 법 개정에 따라 신설된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로 매년 8억원의 세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자 허 회장 등이 같은 해 12월 적정가 산정 없이 밀다원 주식을 매도했다고 봤다.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는 지배주주가 특수 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해 이익을 얻을 경우 증여로 판단해 과세하는 제도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허 회장 등이 주가가 낮게 평가될 방법을 삼일회계법인에 요구했다고 봤다.

당시 SPC그룹은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2008년 취득가인 주당 3038원이나 직전 연도 평가액인 1180원보다 크게 낮은 주당 255원에 삼립에 매각했다. 검찰은 적정가액을 주당 1595원으로 보고 당시 거래로 샤니가 58억1000만원, 파리크라상은 121억6000만원의 손해를 각각 입은 반면 삼립은 179억7000만원의 이익을 거뒀다고 분석했다. 검찰은 또 주식 저가 매도 과정에서 채권자와 주주 등 다수 이해관계자가 피해를 봤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밀다원의 가치평가방식은 상속·증여세법상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특수관계인 사이에서 비상장 주식을 거래하는 경우 보편적 평가방법 중 하나"라며 "허 회장 등이 사용한 방식은 그 중에서도 가장 원칙적인 방식이어서 평가방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SPC는 자산평가액에서 부채를 뺀 1주당 순자산가치와 직전 3년간 순손익액의 가중평균액인 순손익가치를 2대 3 비율로 가중 평가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재판부는 또 "검찰이 상증세법상 추정이익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추정이익법은 미래가치를 더 반영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평가시점에서 기업의 미래가치를 적정하게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미래가치 평가 과정에서 평가자의 주관이 상당히 개입될 수 있다는 중대한 문제가 있어 이번 사건에서 적용한 평가방법보다 더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배임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저가 거래할 경제적 이유와 동기를 찾기도 어렵다"며 "역설적이게도 검찰이 제시한 금액으로 결정했다면 피고인의 입장에서 상당히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되는데 피고인이 이익을 고려했다면 주식가치를 높게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달 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허 회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조상호 전 총괄사장과 황재복 대표에게는 각각 3년을 구형했다.

앞서 서울고법은 지난달 31일 SPC 삼립 등 총 5개사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과징금 647억원과 시정명령 등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문제삼았던 밀다원 주식 저가 양도가 불공정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현저히 낮은 대가로 밀다원 주식을 양도해 삼립에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총수일가가 100% 지배하는 파리크라상이 밀다원 주가를 저가로 양도해 손해를 보면서까지 상장사인 삼립의 주식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지도 의문이어서 총수 일가의 이익만을 추구했다면 밀다원 주식을 삼립에 저가로 양도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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