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항상 즐겁고 의지되는 우리형 이시언

머니투데이 신윤재(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1.3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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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산' '태세계'서 진정성 넘치는 모습으로 힐링선사

사진제공=BS컴퍼니사진제공=BS컴퍼니


2020년 12월25일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이날은 ‘얼장’ 이시언과 무지개회원들이 나누는 제주도 이별 여행 장면이 그려졌다. 여행 초반부터 조금씩 감정을 쌓아오던 이시언은 막바지 회원들에게 전하는 편지를 읽는 장면에서 오열했다. 수 없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눈물짓는 장면을 연기해봤을 그 일진데, 그 순간만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배우 이시언의 대표작은 MBC ‘나 혼자 산다’로 꼽힌다. 이는 ‘나 혼자 산다’ 회원들이 이시언에게 하던 ‘디스’ 중의 하나이던 것인데. 주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역을 맡지는 못했지만, 방송 분량에서만은 자신의 영역을 확실히 구축했던 이시언에게 주던 찬사 중 하나였다. 그런 그의 모습은 이제 이역만리 여행에서 자세하게 볼 수 있다.

이시언은 ‘나 혼자 산다’의 주역들과 요즘 MBC 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에서 볼 수 있다. 그는 지난해 초 떠난 기안84의 남미 여행을 동행한 이후, 여름 인도 여행은 쉰 다음 11월 감행됐던 마다가스카르 여행에 동행했다. 방송 분량은 1월 중순부터 시작됐으며 드디어 남미 여행의 멤버 기안84, 이시언, 빠니보틀과 인도 여행의 멤버 기안84, 빠니보틀, 덱스가 만나 4인 완전체를 구성했다.



이시언이 남미나 마다가스카르로 향했던 여정은 늘 멀고도 험했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는 기안84의 혼자 떠나는 여행을 시작으로 멤버를 하나하나 덧붙이는데, 보통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등장시켜 재미를 준다. 이시언은 남미 편에서는 기안84의 페루 이키토스 숙소 옆 침대에 숨어있다 기안84를 놀라게 했고, 이번 마다가스카르 편에서는 안타나나리보 숙소의 룸서비스를 배달하는 직원인 척 방에 잠입해 멤버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3', 사진=방송 영상 캡처'태어난 김에 세계일주3', 사진=방송 영상 캡처
그가 기안84가 주인공일 수도 있는 여행에 합류한 이유는 간단했다. 기안84와 함께 전 세계를 누비고 싶어서였다. 그는 그래서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그 안에는 멤버들에게 줄 미역국 등 한식을 챙겨, 이틀이 넘는 비행을 거쳐 멤버들에게 가 닿았다. 원래 자상한 엄마 같은 리더였던 그는, 이번 4인체제에서는 자유로운 영혼인 기존의 큰 형님 기안84를 넘어서는 리더십을 선보이고 있다.


이시언의 행보는 앞에 ‘나 혼자 산다’의 사례나, 뒤에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에서 볼 수 있듯 늘 이성적인 계산의 범주를 넘어간다. 그는 적어도 자신 앞에 놓인 이 관찰 카메라 앞에서는 진심이며, 많은 장면에서 자신의 감정을 가감 없이 전할 줄 안다. 처음 2016년 ‘나 혼자 산다’에 등장할 때 관찰 카메라 앞에 있던 그는 수줍음이 많은 부산 출신의 조연 배우에 불과했지만, 서서히 오밀조밀한 물건에 관심이 많고 특히 복고코드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친구들과의 의리를 우선시했고, ‘나 혼자 산다’ 무지개 멤버들에게 단순히 프로그램 동료를 넘어선 관심을 줬다.

그렇기에 그의 다양한 감정들은 평범함을 넘어 비범함의 경지에 이르렀다. 그는 상도동에 청약으로 당첨된 집으로 이사 가면서 기존 자신의 입지를 다지게 해줬던 자취방에 대한 고마운 마음으로 눈물을 흘렸으며, 수면마취 후 몽롱한 상황에서도 전현무의 대상 수상을 축하하기도 한다. 그렇게 일상으로 다가왔던 프로그램이기에 하차 때 적어 넣었던 편지와 그 위로 흘러내렸던 눈물 역시 진심이었다. 이시언에게 연기로서는 그 정도로 자신을 내보일 기회는 없었으며 그렇기에 ‘나 혼자 산다’는 그의 대표작이 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의 김지우PD는 ‘나 혼자 산다’ 기안84의 담당PD로 이름을 알렸으며, 이시언과도 인연을 맺었다. 자신의 생활 즉 결혼에 의한 하차로 어쩔 수 없이 멤버들과 떨어지게 됐지만, 이시언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를 통해 ‘나 혼자 산다’ 당시 만났던 사이먼 도미닉과 장도연, 이승훈 등과 재회할 수 있었다. 그는 그렇게 기안84와 함께 하는 세계여행으로 ‘나 혼자 산다’ 하차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는지 몰랐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덱스(왼쪽)와 이시언, 사진=방송 영상 캡처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덱스(왼쪽)와 이시언, 사진=방송 영상 캡처
이시언은 실제로 2009년부터 시작한 배우로서의 경력 중 대부분을 특별출연으로 채웠다. 특별출연이란 감독이나 작가, 출연배우와의 의리로 출연료의 부분에서는 눈감는 ‘정(情)의 출연방식’ 중 하나다. MBC ‘친구, 우리들의 전설’로 데뷔해 tvN ‘응답하라 1997’ 방성재로 이름을 알렸으며, SBS ‘모던파머’ 유한철 역과 ‘리멤버-아들의 전쟁’ 안수범, MBC ‘W’ 박수봉 역으로 유명해졌지만, 그는 아직도 주연으로 이름이 박히기에는 조금은 어색한 배우 중 하나다.

하지만 ‘나 혼자 산다’ 등 예능에서는 진정성 있는 행보를 이어가 tvN ‘서울촌놈’의 제작진과 함께 ‘부산촌놈 in 시드니’의 여정을 함께 했고, 그 안에 있는 허성태, 안보현, 곽튜브 등과 인연을 아직도 이어가고 있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의 멤버들과도 마찬가지다. 예능을 함께 한 인연이 실제로도 유지가 되는 이유는 그가 단순히 프로그램의 인연을 비즈니스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증거이며, 이는 기안84와의 긴 우정을 통해서도 유추해볼 수 있다.

늘 투닥거리고 싸우고 탓하지만 늘 곁에 있는 오빠 그리고 형. 잔소리는 하지만 이역만리에서 동생을 위해 미역국을 준비해줄 줄 아는 오빠나 형. 돌아서면 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오빠 나 형. 박나래의 ‘썩동이 오빠’, 기안84의 ‘얼장’. 새침한 취향에 진득한 우정을 가진 오빠나 형, 그 이름 이시언.

그의 모습은 연예인이라면 사리판단이 빠르고 계산에 약삭빠를 것이라는 선입견을 혁파하는 뜨거운 무엇인가가 있다. 그렇기에 리얼리티에 진짜 감정이 필요한 예능 PD들이 그의 진가를 먼저 알아본다. 그는 언젠가 예능인으로서의 이미지가 배우로서의 행보에 어려움을 준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그러면 어떠랴. 그의 진정성은 대본 밖에서, 정해진 연기 밖에서 더욱 담백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우리가 인생을 사는 한 명의 배우라 볼 때, 그의 연기는 늘 담백하고 진솔해 좋은 맛이 있다. 굳이 연기자라 연기만 할 필요가 있을까. 이시언의 세상은 대본 밖에서나 안에서나 작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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