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입증한 K-팹리스에 수천억 뭉칫돈…다음 과제는 '실적'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2024.01.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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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벨리온, 1650억 시리즈B 투자유치...몸값 8800억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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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입증한 K-팹리스에 수천억 뭉칫돈…다음 과제는 '실적'


벤처투자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AI(인공지능)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들에는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국내 팹리스들이 생성AI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기술력과 잠재력을 인정받으면서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팹리스들이 잠재력을 실적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대기업 등이 나서 레퍼런스가 될 생태계를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리벨리온, 1650억 시리즈B 투자유치...몸값 8800억 껑충
'실력' 입증한 K-팹리스에 수천억 뭉칫돈…다음 과제는 '실적'
30일 데이터센터향 AI반도체를 설계하는 리벨리온은 1650억원의 시리즈B 투자유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8800억원으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에 육박한다. 누적 투자유치금액은 총 2800억원이다.

투자에는 △KT △KT클라우드 △신한벤처투자 △KDB산업은행 △KB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투자 △파빌리온캐피탈 △코렐리아캐피탈 △디지다이와벤처스 등 다수의 국내외 기관투자자가 참여했다. 특히 KT와 KT클라우드, 신한벤처투자의 경우 SI(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엔터프라이즈 및 금융 부문의 전략적 협업 관계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리벨리온은 삼성전자와 공동개발 중인 차세대 AI반도체 '리벨(REBEL)'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리벨은 초거대언어모델(LLM)에 특화된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리벨 생산뿐만 아니라 로직과 레이아웃 설계, 검증까지 개발 전 과정에 참여한다. 생산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4나노 공정으로 진행되며 삼성전자의 HBM3E 메모리도 탑재할 예정이다.

아울러 올해 데이터센터향 AI반도체 '아톰(ATOM)'의 양산이 진행되는 만큼 본격적으로 국내외 고객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리벨리온은 지난해 5월부터 KT데이터센터에 아톰을 공급하고 있다. 'NPU팜'과 'K-클라우드' 등 정부 프로젝트는 물론 KT의 초거대 AI '믿음'에도 아톰이 일부 적용됐다.

신성규 리벨리온 CFO(최고재무책임자)는 "녹록치 않은 투자환경 속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대한민국 간판 AI반도체 기업으로서 위치를 입증할 수 있었다"며 "이번 대규모 투자유치는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로 무대를 확장하고, 계획 중인 국내외 비즈니스와 차세대 제품 개발의 속도를 높이는 데 튼튼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퓨리오사AI·사피온 등 빅3 두각...레퍼런스 확보가 관건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9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23 인공지능(AI) 반도체 미래기술 컨퍼런스 개회식에서 장관표창 후 수상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12.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9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23 인공지능(AI) 반도체 미래기술 컨퍼런스 개회식에서 장관표창 후 수상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12.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앞서 리벨리온과 함께 AI반도체 팹리스 빅3로 평가받는 퓨리오사AI사피온도 수백억원대 투자를 유치했다. 퓨리오사AI는 800억원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6800억원을 인정받았고 이보다 앞서 사피온은 60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 5000억원을 인정받았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팹리스들의 투자유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해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한 이른바 '파두사태'로 팹리스들의 몸값이 뻥튀기 된 게 아니냐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되면서다. 그러나 메모리 분야인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컨트롤러를 주로 설계하는 파두와 달리 빅3 팹리스들은 데이터센터의 AI연산을 지원하는데 특화된 비메모리 AI반도체를 설계하는 만큼 투자자들의 베팅이 이어졌다.

실제 생성AI열풍이 이어지면서 AI반도체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AI반도체 시장규모가 연평균 19.9%씩 성장해 2026년 861억달러(116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거대언어모델(LLM)을 구동하는 데이터센터향 AI반도체 시장에서는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는 엔비디아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지난 26일 샘 알트만 오픈AI CEO(최고경영자)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을 방문한 것도 엔비디아에 맞서는 반도체 연합을 구축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국내 빅3 팹리스들은 엔비디아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는 만큼, 이같은 수요 공략에 성공하면 '빅테크-데이터센터-반도체 기업'으로 구성되는 AI 생태계의 한 축에서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업계는 빅3 팹리스들의 기술력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관건은 레퍼런스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의 반도체칩 교체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탑재 시 안정적으로 구동됐다는 실적, 즉 레퍼런스가 중요하다"며 "레퍼런스를 빠르게 많이 쌓은 기업이 결국 엔비디아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를 위해 K-클라우드 프로젝트 등 국내 팹리스와 데이터센터의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K-클라우드 프로젝트는 빅3 팹리스가 개발한 AI반도체를 NHN클라우드, 네이버클라우드, KT클라우드 등 3사의 데이터센터에 시범 탑재해 운영해보는 사업으로 지난해 6월 시작됐다. 빅3 팹리스들은 해외 영업에서 해당 프로젝트에서 보여준 성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관계자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는 국내 팹리스가 설계한 반도체가 현장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가동되는지 레퍼런스를 쌓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정부 프로젝트 외에도 국내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국내 팹리스의 AI반도체를 실증(PoC)하고 채택해준다면 글로벌 시장 공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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