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현금이 시가총액 21배…돈 많은 저평가 기업 찾아라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4.01.30 16:12
글자크기
보유 현금이 시가총액 21배…돈 많은 저평가 기업 찾아라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준비하면서 저평가 종목에 관심이 커진다. 저평가 종목 투자에도 리스크가 큰 만큼 무조건 싼 주식을 찾기 보다는 자산가치가 확실하고 주주환원 여력이 있는 현금 부자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중 PBR(주가순자산비율)가 0.7배 미만이면서 시가총액 대비 순현금 비율이 80% 이상인 종목은 84개로 집계된다. PBR는 기업의 순자산(자본) 대비 시가총액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상장사의 저평가 여부를 판단할때 자주 거론된다. PBR가 1배 미만이면 기업가치가 자산가치보다 낮다는 의미다.



자산 중에서도 현금은 그 기업의 가치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항목 중 하나다. 특히 현금 및 현금성 자산에서 부채 등을 제외한 순현금이 시총보다 크다는 것은 기업가치가 심각하게 저평가 돼 있음을 의미한다. 예를들어 순현금 1000억원을 보유한 상장사가 시총 500억원 수준에 거래된다면 현금 1000억원을 500억원에 사는 것과 같다.

국내 증시에서는 이처럼 현금가치 보다 기업가치가 더 낮은 상장사가 수두룩하다. 시총 대비 순현금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다우기술 (19,420원 ▲170 +0.88%)이었다. 시총은 7914억원(이하 지난 26일 기준)인데 순현금은 16조6443억원으로 순현금/시총 비율이 2103%에 달했다. 기업가치가 순현금의 21분의 1 정도로 평가된 셈이다. 다우기술의 PBR 역시 0.36배로 저평가 상태다.



SNT홀딩스 (22,750원 ▼250 -1.09%)는 순현금 8053억원, 시총 2980억원으로 순현금/시총 비율 270%를 기록했다. PBR는 0.23배에 불과하다. KISCO홀딩스 (22,950원 ▼50 -0.22%) 역시 순현금이 9823억원인 반면 시총은 3907억원에 불과했다.

이밖에 시총 1000억원 이상 주요 기업들 중 시총이 순현금보다 낮은 기업은 대원산업 (6,610원 ▲150 +2.32%), 무학 (5,110원 ▲20 +0.39%), 일진다이아 (16,150원 ▲3,260 +25.29%), 한국철강 (11,740원 ▼750 -6.00%), 신도리코 (36,200원 ▼800 -2.16%), 대덕 (6,240원 0.00%), 유수홀딩스 (5,510원 ▲60 +1.10%), 태광산업 (650,000원 ▼1,000 -0.15%), 오리온홀딩스 (14,400원 ▲250 +1.77%) 등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는 상장사들의 이같은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17일 민생토론회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곧 세부방안이 공개될 예정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강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 주주환원 재원으로 이익잉여금을 활용하는 만큼 현금을 여유있게 확보한 기업들이 주주환원에 보다 적극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금이 많고 저평가 돼 있다고 무작정 투자했다간 밸류트랩(저평가 상태가 고착화하는 것)에 갇힐 위험성이 있다. '싼 주식에는 이유가 있다'는 증권가 격언처럼 재무상태나 현금흐름, 사업모델, 지배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태영건설 (2,310원 ▲10 +0.43%)의 경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5012억원 시총이 930억원으로 현금이 시총보다 5배 이상 많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유동성 문제를 겪으며 현재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이 진행 중이다. 한신공영, 계룡건설, GS건설, 화성산업 등 대부분 건설주가 PBR가 낮고 시총 대비 현금 비중이 높지만 부동산 업황에 따른 리스크에는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저(低)PBR 종목의 반등에서 선별적 대응이 중요하다"며 "전반적으로 성장이 정체돼 있고 일부 산업은 경기 흐름에 민감하기 때문에 낮은 ROE(자기자본이익률)로 저평가가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