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부산행’(2016)과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의 성공으로 마동석은 하나의 장르,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압도적 힘과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 나쁜 놈 때려잡는 응징 서사, 시원한 액션과 특유의 유머로 구축된 ‘마동석 유니버스’는 관객에게 대리만족과 쾌감을 선사해 왔다. 여기에 마동석의 마블 영화 진출과 ‘범죄도시’ 시리즈를 비롯해 다수의 영화 기획, 제작에 열정을 쏟는 마동석의 행보가 인기에 안주하지 않는 ‘마동석 유니버스’를 주목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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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를 떠오르게 하는 세계관은 ‘황야’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기획 단계에서는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후를 다룬 후속작으로 알려졌으나, 제작발표회에서 허명행 감독은 “전혀 다른 세계관과 다른 구조를 가진 독립적인 영화”라고 일축한 바 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황궁 아파트 103동과 똑같은 외형의 아파트를 ‘황야’에서 다시 마주한 관객은 난감할 수밖에 없다. ‘황야’에서도 아파트가 단순한 배경이 아닌 주요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이기 때문에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지 않는다면, 세트와 CG 재활용으로 봐야 할지 납득할 만한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배경은 같은데 연관성 없는 영화라는 게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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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명행 감독은 ‘신세계’(2013),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 ‘부산행’(2020), ‘헌트’(2022) 등 굵직한 작품에서 액션 명장면을 선보인 한국 대표 무술감독이다. ‘범죄도시’ 시리즈에선 마석도만의 타격감 넘치는 액션을 완성했다. 그가 첫 연출을 맡은 ‘황야’에서는 마동석의 맨몸 액션을 시작으로 차량 액션, 인간 능력을 뛰어넘는 특수부대 군인들과 총격전 등 다양한 액션 연출에 주력했다. ‘액션 콤비’ 허명행 감독과 마동석이 만들어낸 ‘액션 합’들은 액션 영화의 쾌감을 만족시키도록 잘 짜여졌다. 마테체를 휘두르고 각종 무기를 활용하는 마동석의 액션은 시원시원하지만,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기발한 액션 시퀀스가 보이지 않는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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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 유니버스’에서도, 한국 아포칼립스 장르에서도 ‘황야’는 아쉬운 결과물이다. 영화 초반 악어가 등장할 때의 분위기나 액션 장면에 나온 ‘파충류 인간’ 랩틸리언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아예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개발을 하지 않으려던 것은 아닌 듯하다. 작품에 공을 들일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기도 하다. 마동석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작품으로 척척 결실을 보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속전속결로 넓혀가는 영역 확장에 대해선 심사숙고가 필요해 보인다. ‘마동석 유니버스’의 생태계 유지를 위해서도 말이다. 마동석은 관객이 원하는 바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영리한 영화인이다. 다시금 단비 같은 작품을 들고 와 관객들의 목마름을 해소해 줄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