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에든버러 오피스 빌딩 가치 뚝…해외 부동산 펀드 '비상등'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2024.01.3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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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에든버러 지역의 아에곤 빌딩/사진=뉴시스 제공영국 에든버러 지역의 아에곤 빌딩/사진=뉴시스 제공


국내 투자자들이 뭉칫돈을 넣은 영국 오피스 빌딩이 위기에 처했다. 고금리에 직격탄을 맞아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있어서다. 대주단의 강제 매각 가능성도 점쳐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 위험도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자산운용이 '현대유퍼스트부동산투자신탁30호'를 통해 보유한 영국 '아에곤 빌딩'에 대한 감정평가 결과가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영국 에든버러 지역에 위치한 아에곤 빌딩은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자산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이 펀드에 대한 집합투자재산 평가 결과 공정가치가 469억9346만원(2777만1940파운드)로 나타났는데 기존 장부가 대비 약 15% 이상 하락했다. 이에 따라 클래스 A 펀드 기준가격도 같은달 18일 967.83원에서 765.28원으로 하락했다.

현재도 여전히 자산가치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2022년 진행한 감정평가에서 아에곤 빌딩의 LTV(담보가지 대비 대출비율)가 65%에서 77.3%까지 올랐는데 글로벌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미뤄지면서 만기 전 EOD(기한이익상실)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최근 대주단은 아에곤 빌딩에 대한 감정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취득 당시 선순위 대주단은 현대자산운용과 LTV를 80% 이하로 유지한다는 약정을 맺었다. 이번 평가 결과 LTV가 80%를 넘어가면 자산에 대한 담보권을 실행, 만기 전 강제 매각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있다. 이 펀드의 만기는 2026년이다. 다만 담보권을 즉시 실행하면 강제 매각이 진행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산운용은 LTV가 80%를 웃돌으면 유보금을 사용해 LTV를 낮춘다는 입장이다. 현대자산운용은 이를 염두에 두고 지난 12월 투자자들에게 분배금을 지급하지 않고 전액 유보시켰다. 앞서 2022년 12월 2%, 2023년 6월 3% 수준의 분배금을 지급한 바 있다.

현대자산운용 관계자는 "아에곤 빌딩이 부실자산이라 할 수 없고 악화된 부동산 시장의 영향을 받은 것 뿐"이라며 "감정평가 결과 LTV가 80%를 초과하면 공개되면 기존 유보금을 사용해 대출원금 일부를 상환하고, 치유가 불가능하면 대주와 협의 및 후순위 대출 조달 모색 등의 방법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英 에든버러 오피스 빌딩 가치 뚝…해외 부동산 펀드 '비상등'
이 펀드는 현대자산운용이 2020년 출시한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다. 설정 당시 규모는 520억원이다. 펀드 출시 당시엔 신용등급이 높은 임차인(A+)과 고정적으로 상승하는 임대료 때문에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는 원금 손실 위험에 처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이번 감정평가 결과에 따라 해외 부동산 펀드 부실 문제가 재차 부각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해 이지스자산운용은 독일 트리아논 오피스 빌딩의 임차인이 떠나며 EOD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같은해 12월 대주단과 3개월 현상유지(스탠드스틸) 계약을 체결하며 간신히 EOD를 면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에곤 빌딩 자산이 EOD로 이어질 것 같진 않으나 해외 부동산 펀드들은 이자비용과 무관하게 NOI(순운영수익) 하락, 매각가액 추정을 위한 캡레이트(자본환원율) 상승으로 엑시트(자금 회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에곤 빌딩은 네덜란드 소재 글로벌 보험사인 아에곤의 영국법인이 단일 임차인으로 설정돼 있다. 2037년 7월5일까지 임대차계약이 지속되며 중도 계약해지 옵션 없이 운영비를 임차인이 부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아에곤 빌딩은 현대자산운용이 영국 국민건강보험공단 빌딩에 이어 2번째로 매입한 해외 부동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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