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도서정가제 제외, 산업 발전 기폭제로[기고]

머니투데이 김병수 상명대학교 디지털만화영상전공 교수 2024.01.3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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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재담미디어에서 열린 만화·웹툰업계 현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머니S 장동규 기자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재담미디어에서 열린 만화·웹툰업계 현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머니S 장동규 기자


지난 22일 정부의 '생활 규제 개혁 민생토론회'에서 웹콘텐츠의 도서정가제 적용을 제외하는 개선안이 발표됐다. 이에 따라 웹툰·웹소설 등 전자출판물을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만화·웹툰계 종사자들이 크게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동안 웹툰 유통은 영구 소장 시 할인율이 최대 15%밖에 되지 않는 도서정가제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창의적 마케팅에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웹툰 업계는 이같은 제약 안에서도 무료보기나 정액제, 쿠폰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 독자들의 유입을 크게 늘렸고, 한국 웹툰 산업이 전 세계 디지털만화 시장을 선점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에 따라 웹툰 산업 규모는 크게 늘어났고, 동시에 고도화되면서 가내수공업 수준의 작가 화실이 법인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더불어 노동자 지위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던 어시스턴트, 스태프가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어엿한 직장인이 되는 비중도 급격히 늘어났다. 이를 통해 네이버와 카카오, 양대 포털의 '공짜로 보는 웹툰' 중심 시장은 다양한 유료 웹툰 플랫폼이 활동하는 생태계로 전환됐다. 또한 이러한 마케팅은 한국 웹툰 산업이 전 세계 디지털만화 시장을 선점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제 각국의 웹툰 사업자들은 한국의 탁월한 웹툰 마케팅 기법을 따라 하기 바쁘다.

2000년대 초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국 웹툰 산업은 초창기 무료로 보는 시장을 통해 독자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렸다. 2010년대 중반부터 유료 결제 서비스 플랫폼이 생기면서 2차 중흥기를 이어갔다. 2016년을 기점으로는 일본 만화 수입액보다 한국 웹툰의 일본 수출액이 더 커졌다. 일본 만화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코믹스 만화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던 철옹성이자 가장 큰 만화 강국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놀랄 일이다. 특히 일본의 산케이 신문은 2021년 한국 웹툰으로 인해 일본 만화가 도태될 것이라고 한탄하는 기사를 실었다. 네이버웹툰은 2022년 웹툰·웹소설 부문을 합쳐서 일본에서만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카카오픽코마의 디지털 만화 플랫폼 '픽코마'는 전 세계 만화 앱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한국 웹툰은 100여 개 국가에서 디지털만화 시장 1위를 기록 중이다. 마치 삼성과 LG가 전 세계 가전 시장을 놓고 자웅을 겨루는 것처럼 네이버와 카카오는 웹툰 서비스뿐 아니라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산업까지 세계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격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웹툰의 도서정가제 적용 배제로 무료보기, 다시 보기, 정액제 할인, 묶음 판매 같은 다양한 마케팅이 가능지면, 비상하던 한국 웹툰은 더 튼튼한 날개를 달고 날게 될 것이다.

웹툰은 우리나라가 새롭게 만들어 낸 신개념 콘텐츠로서 대한민국이 종주국이다. 국가 차원의 자랑스러운 문화자원이다. 규제보다는 다양한 혜택으로 경쟁력을 갖춰 글로벌 진출을 확장하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에서 웹툰을 제외해 한국 웹툰이 전 세계 콘텐츠 산업의 리더로 우뚝 설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살려 나갔으면 한다.

김병수 상명대 디지털만화영상전공 교수김병수 상명대 디지털만화영상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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