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위험 반영 안되는 캐피탈사 레버리지 배율, 조정 시급하다

머니투데이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2024.02.01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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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사진제공=서지용 교수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사진제공=서지용 교수


최근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의 부실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태영건설의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을 계기로 부동산PF 사업에서 브릿지론을 제공한 캐피탈사 등 2금융권의 대출채권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신전문채권(여전채) 등 시장성 수신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여신전문회사는 지속되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조달비용 증가에 시달리고 있다.

대출채권 부실은 대손 발생 및 충당금 적립 등 추가적인 위험관리비용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하다. 브릿지론 제공 등 부동산PF 사업 비중이 큰 일부 캐피탈사의 경우 최근 연체가 늘고 있고 채권이 고정이하여신으로 전환되는 속도도 한층 빨라졌다.



캐피탈사는 자동차 할부 및 리스업을 주로 영위하는 신용등급 상위 업체와 기업금융 등 위험대출에 주력하는 하위 업체로 구분된다. 특히 A등급 이하 캐피탈사의 경우 자산 포트폴리오내 기업 및 부동산PF 투자비중이 70%를 넘어서는 업체도 적지 않다.

대출채권 손실에 캐피탈사의 상시적 감내 역량은 자본확충수준으로 평가된다. 금융시장의 급변에 충격 흡수를 담당하는 자본금 확충 수준으로 캐피탈사는 주로 레버리지 배율을 이용한다. 레버리지 배율은 자기자본대비 총자산의 배율로서 비카드 여전사의 경우 10배 이내가 규제 한도로 지정됐다.



그런데 최근 레버리지 배율을 통해 캐피탈사의 부채위험 또는 자본적정성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게 됐다. 신용등급이 낮고 부동산PF의 부실 위험이 높은 캐피탈사의 경우 레버리지 배율이 낮아져, 오히려 자본적정성이 제고된 것처럼 보인다. 또 자동차 금융과 같이 채권회수가 빠르고 부실 가능성이 낮은 대출채권을 보유한 상위 캐피탈사의 경우 오히려 레버리지 배율이 높아진 사례도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캐피탈사의 경우 고금리 지속, 낮은 신용등급으로 조달비용이 증가함으로써 차입 축소에 따른 총자산이 줄어든 것이 레버리지 배율 하락의 이유다. 반대로 신용등급 상위 캐피탈사는 자동차 금융 수요 증가로 인한 자금조달 증가가 레버리지 배율 상승 이유로 해석된다.

이로써 현재 활용되고 있는 캐피탈사의 레버리지 배율의 한계가 명확해진다. 캐피탈사의 정확한 자본적정성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레버리지 배율 산출에 있어 위험조정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레버리지 배율의 산식에서 총자산 대신 위험가중자산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위험가중자산이란 캐피탈사 운용자산의 위험 수준별로 각기 다른 위험가중치를 곱해 산출한 것이다. 기업금융 및 부동산 투자 자산에는 높은 위험가중치를 부여함으로써, 분자의 자산규모가 늘어나고 이는 레버리지 배율 상승으로 나타난다.


보유자산의 위험 수준을 차별적으로 조정한 레버리지 배율을 운용할 경우 운용자산의 부실 위험이 낮은 상위 캐피탈사는 레버리지 배율이 하락할 것으로 기대된다. 결론적으로 캐피탈사의 부채위험을 현실화하고 자본확충 수준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한 위험조정 레버리지 배율 도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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