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도 지구온난화 원인? "조직검사 말고 내시경, 탄소 배출 86%↓"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4.01.2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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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 서울병원, 친환경 내시경의 환경 보호 효과 밝혀

/그림=순천향대 서울병원/그림=순천향대 서울병원


탄소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흔히 '탄소 배출' 하면 자동차·공장 등을 떠올리지만 병원 등 의료 기관에서도 탄소가 발생한다. 탄소 총배출량의 약 5%가 의료기관에서 뿜어져 나오는데, 중환자실·수술실·내시경실에서 많이 나온다.

특히 내시경 때 조직 검사를 진행하면 일회용 조직 겸자, 포르말린 액체, 플라스틱 폐기물, 각종 염색 과정 등으로 검사 1건당 약 472.3g의 탄소가 배출된다. 이런 가운데, 위암 발생 고위험군인 장상피화생(위 점막이 장 점막처럼 변한 질환)에 대해 조직검사 대신 소화기 내시경으로 실시간 진단하면 탄소 배출도 줄이고 의료비용도 아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화기병센터 조준형 교수팀은 온실가스 배출과 의료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협대역 영상 내시경(Narrow-Band Imaging; NBI확대내시경)을 이용해 조직검사 대신 실시간 내시경 진단을 시행했다.

협대역 영상 내시경이란, 가시광선을 투과하는 필터를 이용해 점막 표면과 미세혈관의 구조를 살필 수 있는 내시경을 가리킨다. 파장이 가장 짧은 청색광은 점막층의 얕은 부분까지만 침투해 점막의 굴곡 등 표면 구조, 표층의 모세혈관망 등 미세혈관도 선명한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정상과 다른 병변 부위의 표면은 미세혈관 모양이 뚜렷한 대조를 보여 식도, 위, 십이지장, 대장 조기암 등 발견하기 어려운 미세한 병변을 신속하게 조직학적으로 진단할 수 있다. 협대역 영상 검사의 정확도는 93%-97.1%로 병리 검사 결과와도 높은 일치율을 보인다.



이 내시경을 활용해 연구팀은 위염 환자 242명에서 조직검사 대신 실시간 내시경 진단을 시행했다. 그랬더니 탄소 배출량이 98.23㎏ 줄었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1495만원을 아낀 셈이다. 조직검사 때와 비교하면 탄소 배출량이 약 86% 줄었다.

또 검사 1건당 탄소 배출량은 406g씩 줄었다. 이는 가솔린 자동차가 1.61㎞를 운행할 때 나오는 탄소 배출량과 비슷하다.

조준형 교수는 "최신 내시경 영상 기술을 통해 장상피화생 위염 환자에서 많이 시행해온 조직검사를 앞으로는 내시경 진단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의료계에서도 기후 변화에 대응하려 노력해야 하고, 이를 위해 위암 발생 고위험군 환자를 검사할 때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내시경(green endoscopy) 방식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준형 교수는 2018년 임상 소화기 내시경 교과서(Clinical Gastrointestinal Endoscopy, Springer)에 '영상 강화 내시경' 분야에서 저자로 참여했다. 2020년 7월에는 세계 임상 증례 저널(World Journal of Clinical Cases)에 '협대역 위내시경을 이용한 헬리코박터 위염, 위의 전암 병변, 위암 진단의 임상적 유용성', 2021년 5월에는 세계 소화기학 저널(World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헬리코박터 위염 및 위 전암성 병변 진단을 위한 일반 내시경과 확대-협대역 내시경의 비교 연구'를 발표해 관련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엔 고화질 성능의 소화기 내시경이 개발되면서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가 조직검사 전에 장상피화생 위염을 실시간 진단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 SCI 학술지 '아시아태평양 소화기학 저널'(Journal of Gastroenterology and Hapatology)에 '장상피화생 위염의 내시경 진단에 의한 환경적 효과 및 비용 절감'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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