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뒤흔들 '괴물' 3D D램 뭐길래…"한국 반도체 10년 책임진다"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4.01.2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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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현정 디자인기자/사진 = 김현정 디자인기자


"차세대 메모리로, 개발·양산에 성공만 한다면 한국 반도체 산업을 10년 이상 책임질 겁니다."

반도체 기업 연구원 A씨는 28일 월등한 성능으로 '괴물 칩'으로 불리는 3D D램에 대해 이와 같이 말했다. 3D D램은 기존 D램의 구조를 개선해 성능과 효율을 대폭 개선한 차세대 메모리다. 기술 난이도가 높아 아직 개발·양산에 성공한 기업은 없지만, 삼성전자가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중이다. 3D D램으로 미국·중국 등 경쟁 업체를 따돌리고 미래 D램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포부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각국 주요 메모리 업체는 3D D램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해외에서는 미국 마이크론과 중국 창신메모리(CXMT)·중국과학원들이 앞다퉈 성과를 발표하는 모양새다. 아직 개발에 성공한 기업은 없지만, 업계는 기존 D램과 완전히 다른 기술인 만큼 2020년대 후반 이후에나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반적인 D램은 평평한 면에 수억개가 넘는 기억 소자를 수평 배열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면의 크기가 줄어들수록 용량·성능 제한이 생긴다. 3D D램은 이와 다르게 트랜지스터(반도체 소자)와 커패시터(축전기)를 수직으로 쌓아올린 D램이다. 크기가 줄어도 배치 공간에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용량을 대폭 늘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초미세공정이 필요없어 제조비용을 대폭 아낄 수 있다.

3D D램을 필요로 하는 고객사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작은 공간에 더 많은 데이터를 넣을 수 있기 때문에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등 소형 기기에 적합하다. 또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이나 자율 주행 차량 등 모빌리티(이동 수단)에도 적용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빌리티포어사이츠는 "차량은 즉각적인 응답 속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지연 시간이 짧은 고성능 3D D램이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 반도체 미주총괄(DSA)에 개발 조직을 만든 것도 3D D램이 차세대 메모리 시장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최근 마이크론 출신의 3D D램 전문가를 영입하고 지속적인 개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 사장도 지난해 10월 "10나노 이하 D램에서 3D 신구조 도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미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D램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7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지만, 3D D램 시장에서는 되레 미국·중국 업체들이 한 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크론은 2022년 기준 3D D램 특허를 30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데, 국내 업체의 2~3배 수준이다. 중국과학원도 지난 12일 CAA 방식의 3D D램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더 높은 성능의 IT(정보기술) 제품 생산이 늘어날수록 고효율·고성능·저전력 '3박자'를 갖춘 칩 수요도 덩달아 증가할 것"이라며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이 앞다퉈 3D D램에 뛰어드는 것도 기존 2D D램으로는 한계에 부딪혔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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