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비명 되는데 '73초'…경고 무시한 NASA, 결국 터진 대참사[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차유채 기자 2024.01.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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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1986년 1월 28일(현지 시간) 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지 73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다. / 사진=뉴시스1986년 1월 28일(현지 시간) 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지 73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다. / 사진=뉴시스


1986년 1월 28일(이하 현지 시간) 우주비행사 7명을 태운 챌린저호가 불꽃을 뿜으며 발사됐다. 이를 지켜보던 수만명의 관람객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환호가 악몽으로 바뀌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73초. 챌린저호는 우측 부스터 로켓 고장으로 상공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이는 지금까지도 NASA(미국항공우주국) 창설 이래 전대미문의 대참사로 꼽힌다.



무엇보다 챌린저호의 발사를 지켜보기 위해 현장에 있던 군중 가운데 챌린저호 탑승 승무원의 가족이 있던 사실이 전해지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최초 민간인 탑승, 영광 아닌 비극이었다
챌린저호 대원 7명 /사진=미국항공우주국(NASA)챌린저호 대원 7명 /사진=미국항공우주국(NASA)


챌린저호는 두 번째로 임무에 투입된 NASA의 우주왕복선으로, 마리아나 해구의 깊이를 최초로 측정한 영국 탐험선 HMS 챌린저에서 이름을 따왔다.

1983년 4월 4일 처음 발사됐으며, 폭발 전까지 NASA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 최초의 동양계 미국인 우주비행사,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우주비행사, 최초의 야간 발사 등의 기록을 남겼다.

발사를 앞둔 챌린저호에는 '우주에서 이루어지는 원격 수업'이라는 중대 이벤트가 예정돼 있었다. 이는 민간인 교사가 우주왕복선에 탑승해 우주에서 직접 과학 실험을 하면서 미국 전역의 학교에 원격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무려 1만2000여명의 교사가 지원했고, 경쟁 끝에 고등학교 사회 교사였던 크리스타 매콜리프가 선발됐다. 그는 최초로 우주왕복선에 탑승한 민간인이라는 영광을 얻었으나 가족이 보는 앞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됐다.

TV 중계된 폭발 순간…울부짖은 관람객들
1986년 1월 28일 미 항공우주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된지 73초만에 공중폭발하자 관람객들이 울부짖고 있다. /사진=뉴시스1986년 1월 28일 미 항공우주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된지 73초만에 공중폭발하자 관람객들이 울부짖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초 챌린저호의 발사 예정일은 1월 22일이었으나 여러 사건이 겹치며 미뤄졌다. 전문가들은 28일에도 날씨가 너무 추워서 연기해야 한다고 했으나, NASA는 "더 미룰 수 없다"면서 예정대로 챌린저호를 발사시켰다.

28일 오전 11시 30분, 우려에도 불구하고 챌린저호가 발사됐다. 그리고 발사 약 73초 후, 시속 3,220㎞의 속도로 14.5㎞ 상공에 도달했을 때 챌린저호가 폭발했다.

챌린저호 우측 부스터 로켓 부근의 고무패킹이 추운 날씨로 인해 얼어버리면서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낮은 온도 탓에 고무패킹의 탄력성이 약해졌고, 그 틈으로 새어 나온 고온·고압의 연료에 불이 붙은 것이다. 과학 기술을 과신한 명백한 인재였다.

현장에서 이 장면을 목격한 '최초의 민간인 우주비행사' 크리스타 매콜리프 가족을 비롯해 실시간 TV 중계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수많은 시청자는 충격에 빠졌다.

거센 후폭풍…우주 프로그램 중단→여전한 트라우마
인근에 떨어진 챌린저호 잔해를 수습하는 모습. /사진=뉴시스인근에 떨어진 챌린저호 잔해를 수습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당시 NASA는 1981년 최초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비행을 시작으로 4대의 우주왕복선을 차례로 완성·발사하며 황금기를 구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챌린저호가 폭발하면서 이미 과도한 비용으로 어려움을 겪던 우주 프로그램은 치명타를 입게 됐다. 우주왕복선 운용은 1988년 9월 29일 디스커버리호 발사까지 약 2년 8개월간 전면 중지됐다.

승무원들의 유가족은 물론, 크리스타 매콜리프가 재직했던 고등학교의 학생들, 특히 '우주 수업'을 학수고대했던 어린이들이 받은 충격도 막대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그 세대는 중년이 된 현재까지도 챌린저호 폭발 사고로 받았던 충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을 정도라고.

미국 TV 다큐멘터리 팀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추락한 항공기를 찾던 중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잔해를 발견했다. /사진=미국 히스토리 채널미국 TV 다큐멘터리 팀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추락한 항공기를 찾던 중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잔해를 발견했다. /사진=미국 히스토리 채널
2016년 챌린저호 폭발 30주년을 맞아 미 전역의 승무원들과 연고가 있는 도시, 직장 등에서 다양한 추모 행사가 열렸다.

당시 크리스타 매콜리프의 남편 스티븐 매콜리프는 "우리에게 챌린저 사건은 언제까지나 방금 전에 발생한 일로 남아 있을 것"이라며 "선생님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했던 크리스타의 목표가 대부분 달성된 것이 행복하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그리고 2022년, 미국 TV 다큐멘터리 팀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추락한 항공기를 탐색하던 중 챌린저호의 잔해를 발견했다. 이번에 발견된 것은 열 차폐(Heat Shield) 부품 등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빌 넬슨 NASA 국장은 "이번 발견은 우리에게 다시 한번 멈춰서 이 비극이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반성할 기회를 준다"며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우주를 탐험하고 있지만, NASA에서 핵심 가치인 안전은 영원히 유지돼야만 하는 최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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