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딸과 헬기 추락사"…조던이 인정한 NBA '노력왕' 코비[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김미루 기자 2024.01.26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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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26일, 코비 브라이언트 사망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기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LA레이커스 원클럽맨 코비 브라이언트가 41세 나이에 헬기 추락 사고로 딸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AFPBBNews=뉴스1LA레이커스 원클럽맨 코비 브라이언트가 41세 나이에 헬기 추락 사고로 딸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AFPBBNews=뉴스1


"전성기 나라면 다른 선수들은 다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코비만큼은 장담할 수 없다. 내 모든 기술을 훔치는 선수." -마이클 조던 인터뷰



2020년 1월26일, 미국프로농구(NBA)의 별이 졌다. 코비 브라이언트가 41세 나이에 헬기 추락 사고로 딸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둘째 딸 지아나(당시 13)를 농구장에 데려가던 길이었다. 아빠를 닮아 농구에 소질을 보여, 코비가 직접 가르치던 딸이었다.

그는 20년을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 한 팀에서만 뛰었다. 평생을 바친 팀을 5차례나 NBA 정상에 올려놨다. 다른 팀 선배 마이클 조던에게도 배울 수만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들이댔던 독종이었다. 오죽하면 조던이 "코비는 밤 11시30분이나 오전 2시30분에도 문자로 농구 기술을 물어왔다. 처음엔 짜증 나더라"라고 했을 정도다. 별명도 '맘바'(Mamba·독사)다.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당시 스포츠계는 물론이고 전·현직 대통령, 할리우드 스타들도 애도에 나섰다.

"내 딸, 45 대 8로 상대 팀 격파 중"…각별했던 부녀
2014년 코비 브라이언트와 경기장을 찾은 그의 딸 지아나. /AFPBBNews=뉴스12014년 코비 브라이언트와 경기장을 찾은 그의 딸 지아나. /AFPBBNews=뉴스1
안개 낀 일요일 오전 10시쯤 전용 헬기를 타고 가던 중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북서쪽으로 65㎞ 떨어진 칼라바사스에서 헬기가 추락했다.

헬기에는 코비 외에 코비의 둘째 딸 지아나와 지아나의 농구팀 동료, 이 동료의 부모, 팀 농구 코치와 부코치, 헬기 조종사 등 9명이 타고 있었다. 헬기 조종사가 구름 속에서 방향을 잃었고, 칼라바사스 근처 언덕에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추후 미 교통안전위원회는 이 헬기 조종사가 추락 전 악천후 비행 수칙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결론지었다.


이들은 코비가 캘리포니아 사우전드 오크스에 세운 맘바스포츠 아카데미로 가려다 변을 당했다. 그곳에서 딸이 속한 농구팀의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다. 코비는 그 팀의 코치를 맡기로 했다.

코비는 소질 있는 둘째 딸의 실력을 자랑하고는 했다. 조던이 공개한 문자를 보면 그는 사망하기 49일 전에도 딸 자랑에 바빴다. 조던이 "딸의 팀을 코칭하는 건 요즘 어떠냐"고 근황을 묻자 코비는 "45 대 8로 상대 팀 격파 중"이라고 답장을 보냈다.

오른손 다치면?…오히려 좋아, "왼손 훈련할 기회"
2016년 4월13일 코비 브라이언트가 캘리포니아주 캘러바스에서 열린 LA레이커스와의 NBA 서부지구전 마지막 경기를 위해 코트를 누비며 팬들에게 손인사를 하는 모습. /AFPBBNews=뉴스12016년 4월13일 코비 브라이언트가 캘리포니아주 캘러바스에서 열린 LA레이커스와의 NBA 서부지구전 마지막 경기를 위해 코트를 누비며 팬들에게 손인사를 하는 모습. /AFPBBNews=뉴스1
코비가 농구에 대해 보여준 '맘바 멘탈리티'(Mamba Mentality)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줬다. 파이널 우승 5회, 파이널 MVP 2회, 시즌 MVP 1회, 올스타 18회, 올스타전 MVP 4회, ALL-NBA 팀 15회에 빛나는 업적보다도 그의 노력이 주목받은 이유다.

본래 맘바는 쉴 틈 없이 공격을 가하는 독사를 의미한다. 코비의 독사 같은 열정을 두고 사람들이 붙인 별명이다. 그가 얼마나 노력형 천재였는지는 여러 일화에서 드러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미국 국가대표들이 오전 8시에 식사하고 있는데 코비가 땀에 흠뻑 젖은 채로 무릎에 아이스팩을 대고 로비에 들어왔다는 것. 새벽 개인 훈련은 예삿일이었다.

오른손을 다쳤을 땐 왼손을 집중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겼다고 한다. 무릎에 무리가 갈 때는 살을 뺐다. 다리가 부러졌을 땐 휠체어를 타고 와 슛을 던졌다. 배탈이 난 날에도 농구 연습을 했다. '얼마나 오래 훈련하는가'보다 '얼마나 잘 훈련하는가'에 중점을 뒀다. 1시간 운동하기보다 슛 1000개 성공을 목표로 했다.

정작 코비 자신은 맘바 멘탈리티를 담담하게 말했다. 코비는 2016년 은퇴 인터뷰에서 '맘바 멘탈리티가 뭘 가리키는 것 같느냐'는 질문에 "글쎄요. 나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선수 생활을 끝내며 "맘바 아웃(Mamba out·맘바는 떠납니다)"이라는 말을 남기고 코트를 떠났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내 일부분이 죽은 느낌"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팬들이 헬리콥터 추락사고로 숨진 NBA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를 애도하는 모습. /AFPBBNews=뉴스1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팬들이 헬리콥터 추락사고로 숨진 NBA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를 애도하는 모습. /AFPBBNews=뉴스1
스타 선수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NBA는 슬픔에 빠졌다. 마이클 조던은 공식 성명을 통해 "코비와 지아나의 사망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며 "지금의 고통을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르브론 제임스는 "코비는 내가 우러러보던 선수였다"고 했다. 샤킬 오닐은 "지금의 비극과 고통을 설명할 길이 없다"고 애도했다. LA 레이커스 전설 매직 존슨은 "사망뉴스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며 "종일 눈물 흘렸다. 가슴이 찢어진다"고 했다.

당시 전·현직 대통령들도 애도 반응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위대한 코비 브라이언트가 다른 세 명(실제로는 여덟 명)과 캘리포니아에서 헬기 추락 사고로 숨졌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그것은 끔찍한 뉴스"라고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역시 "코비 브라이언트는 농구코트의 전설이었다"며 "같은 부모로서 지아나를 잃은 것은 더욱 가슴 아픈 일이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2020년 2월24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코비 브라이언트와 그의 딸 지아나의 추모식에 참석한 마이클 조던. /AFPBBNews=뉴스12020년 2월24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코비 브라이언트와 그의 딸 지아나의 추모식에 참석한 마이클 조던. /AFPBBNews=뉴스1
같은 해 2월24일 LA 레이커스 홈구장인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코비와 딸 지아나의 추모식이 열렸다. 코비의 등번호는 24번, 지아나의 등번호는 2번이었다. 단상에 선 마이클 조던은 "마치 내 일부가 죽은 느낌"이라며 "코비는 최고의 농구선수가 되고 싶어했고 나는 그의 큰 형처럼 되고 싶었다. 내 친구이자 동생이었다"라고 말했다.

브라이언트의 아내인 버네사는 이날 남편과 둘째 딸 지아나의 죽음에 대해 "신께서 그들을 이 세상에 따로 남겨놓을 수 없어서 함께 하늘로 데려간 것 같다"며 슬퍼했다. 버네사는 "그는 최고의 남편이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나를 사랑했다. 여보, 우리 지지(지아나의 애칭)를 잘 보살펴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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